<어린이 책>자전거 타고 자연 질주한 소녀.. 집에 돌아오니 어느덧 어른

기자 2022. 8. 19. 09: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시간을 헤아리는 여러 방식이 있다.

신혜진의 글 없는 그림책 '나와 자전거'는 여자 어린이가 자전거를 타고 논두렁을 달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나와 자전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관계의 확장보다는 자아의 독립을 다룬다.

시점의 높낮이에 최소한의 변화를 주면서 긴 직사각형의 프레임을 따라 달리는 주인공과 자전거의 시간들이 단편영화처럼 전개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나와 자전거

신혜진 지음|웅진주니어

시간을 헤아리는 여러 방식이 있다. 보통 열두 달로 나눠 연월일로 구분하지만 24절기나 사계절로도 우리가 어디쯤을 지나는지 알 수 있다.

식물의 한살이에 견주어 한 사람의 일생 중 어린 시절을 새싹이 돋아나는 봄, 청춘을 여름이라고 이르는가 하면 노년은 황혼, 저녁에 빗대곤 한다. 삶이 항상 정속주행인 것은 아니어서 어느 분기는 화살처럼 빠르고 어느 분기는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느리다. 그림책이 누군가의 성장이나 성숙을 다루면서 시간의 비유를 쓰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신혜진의 글 없는 그림책 ‘나와 자전거’는 여자 어린이가 자전거를 타고 논두렁을 달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강아지 한 마리가 뒤를 따른다. 들판은 모내기를 마친 듯 연초록이 가득하고 마을은 호젓하다.

다음 장면부터 자전거를 타는 아이도 뒤따르는 강아지도 조금씩 더 자란다. 어느덧 청소년이 된 아이는 짙푸른 여름 숲속을 질주하고 아슬아슬하게 금기의 터널을 통과한다. 터널의 끝에 곧바로 멋진 풍광이 기다리고 있었다면 조금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성장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나와 자전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관계의 확장보다는 자아의 독립을 다룬다.

주인공 외의 등장인물은 소수다. 쓰러졌을 때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은 프레임 밖에 서 있고 내가 일으켜 준 사람도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있어 어떤 인물인지 알기 어렵다. 어떤 우정은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첫사랑도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다가온다. 독립한 한 명의 어른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여러 번의 계절이, 밤낮이 자전거를 타는 나를 스쳐 지나간다.

시점의 높낮이에 최소한의 변화를 주면서 긴 직사각형의 프레임을 따라 달리는 주인공과 자전거의 시간들이 단편영화처럼 전개된다. 마중을 나온 개는 그사이 두 마리 강아지의 엄마가 됐다. 뜨거웠던 여름을 마무리하면서 읽기 좋은 성장에 대한 선선한 은유다.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