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기발했지만 비웃음 산 '창문稅'.. 공정한 세금은 가능한가
■ 세금의 흑역사
마이클 킨·조엘 슬렘로드 지음|홍석윤 옮김|세종서적
정부와 국민 ‘세금 줄다리기’
강한 저항에 황당 조세 속출
英, 창문 숫자로 집 크기 가늠
稅부과했더니 窓 막는 편법까지
국가 존립에 필수적인 세수
어떻게 걷어야 할지 단서 제공
후기 구석기 시대의 유적인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는 “요즘 애들은 참 버르장머리가 없다”는 문장이 적혀 있다고 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듣는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 고대 동굴 벽화에도 쓰여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인류의 보편적인 정서는 시공간과 무관하게 크게 변하지 않는가 보다. 내용은 다르지만 영국 박물관에 전시된 로제타석(Rosetta Stone) 또한 유사한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1799년 나폴레옹의 병사들이 이집트와 시리아 원정길에서 발견한 이 작품에는 사제들에게 세금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 세 가지 언어로 적혀 있다고 한다. 각기 다른 언어로 세 번이나 반복해서 적을 만큼 세금이란 당시 이집트인들에게 중요한 문제였던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사실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그러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공동체의 존립을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하는데, 그러한 비용이 바로 세금이다. 이때 세금이 반드시 금전적인 것만을 뜻하진 않는다. 병역과 같이 ‘몸’이나 ‘시간’으로 때워야 하는 세금도 있다. 어쨌거나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각종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재화가 필요하며, 그러한 재화를 위해 세수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니 국가의 존재 이래 세금은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오늘날 세금계산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많은 이들처럼 고대인들 또한 세금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고, 그러한 관심이 로제타석에 그대로 투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세수 확보가 언제나 수월하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더 좋은 세상’을 원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자신이 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난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반감을 보인다. 사실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늘어나는 걸 환영할 사람은 없을 테니 일견 당연한 반응이지만 말이다. 그러므로 세금 문제는 언제나 민감한 이슈일 수밖에 없다. 한 국가의 역량 또한 세수 확보를 얼마나 ‘잘’하는가에 달려 있을 때가 많았다.
역사적으로도 세금을 걷겠다는 정부의 시도는 언제나 강한 저항과 반발에 부딪혀 왔다. 그래서인지 기상천외하고 황당한 종류의 세금 또한 적지 않았는데, 이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창문세’를 들 수 있다. 창문세는 1697년부터 무려 150년 넘게 영국에서 부과되었던 세금이다. 당시 영국 정부는 공정한 세금 기준을 고민하다 마침내 창문을 떠올린다. 대개 집이 커지면 창문의 개수 또한 늘어나게 마련이니 창문의 개수로 부의 수준을 적정하게 평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또한 집 안까지 들어가 난로의 개수를 확인해야 했던 이전의 ‘난로세’와 다르게 창문은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으므로 일석이조.
그러나 이러한 ‘창문세’는 오래지 않아 한계에 봉착한다. 당연하지만 창문의 개수가 주택의 크기나 부유한 정도를 그대로 반영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부유하지만 단지 창문이 적다는 이유로 제대로 세금이 부과되지 않거나 억울하게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사례가 쌓이는 한편, 세금을 피하기 위해 편법을 사용하는 사람들 역시 늘어난다. 집은 그대로 두고 창문의 개수만 줄이거나 기존에 있었던 창문을 어둡게 발라 막아버리는 식. 결국 창문세는 “국가 재정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시민들의 즐거움만 줄어들었다”는 평까지 듣게 된다.
지금이야 터무니없게 느껴지지만 이러한 창문세를 마냥 비웃을 수만은 없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정보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던 당시에 ‘창문세’는 그야말로 고심을 거듭한 끝에 떠올린 기발한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사실 세금만큼 까다롭고 어려운 사안도 없다. 세금을 너무 적게 걷으면 국가는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고, 공동체는 와해될 것이다. 거꾸로 세금을 너무 많이 걷으면 구성원들의 삶은 피폐해질 것이고, 이 또한 국가의 패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공평하고 적절하게 세금을 거두어 규모 있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관건인데, 알다시피 이 ‘균형’이나 ‘공평’에 대한 감각은 사람에 따라 너무나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세금을 어떻게 거두어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정부의 성격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로 작용하기도 했다.
‘세금의 흑역사’는 이처럼 세금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밀접한지, 오늘날 사람들이 가진 주요 관심사나 정치를 얼마나 관통해왔는지를 다루는 책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공공재정국 부국장인 마이클 킨과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인 조엘 슬렘로드가 세금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탐색해나간다. ‘창문세’를 비롯한 세금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는 읽는 자체가 흥미로우며, 궁극적으로 세금이 얼마나 우리의 삶과 관계가 깊은지를 깨닫게 해준다. 한편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세금 관련 이슈를 어떻게 풀지에 관한 실마리와 향후 변화하는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단서와 암시 또한 제공한다. 568쪽. 2만2000원.
한승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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