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은 '제주'에서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내나요?
제주살이를 시작한 지 어느덧 5년 차가 되었지만 일 년에 한번 오는 여름휴가를 육지로 나가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요. 제주에 살면서도 휴가를 제주에서 보내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매우 신기했던가 봅니다. 익숙한 곳을 떠나는 것이 여행의 시작이 되기도 하지만, 익숙한 곳에서 일상의 평안함을 누리는 것도 여행이 될 수도 있지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특별한 상황이긴 하지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제가 제주를 떠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오늘은 제주도민인 제가 제주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들렸던 곳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먼저 이번 여름휴가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오고 가는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그냥 하나의 큰 섬으로만 인식해서 행정구역상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관할하는 '제주특별자치도'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발견하곤 합니다.
제주도는 1946년 이래 경상남도, 경기도 등과 같은 도(道)급 자치단체였었죠. 그러다 2006년 7월 1일부터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이 시행되었고 정부직할령(政府直轄領)인 특별자치도(特別自治道)가 되었습니다. 이 의미는 무엇이냐면 기존의 도(道)와 같은 광역자치단체의 차관급 지위이긴 하지만 일반 도(道)급 자치단체보다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제주특별자치도는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달리 산하에 기초자치단체를 두지 않고 있으며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을 도지사가 직접 임명합니다. 고로 당연히 시의회가 없고 도의회가 그 역할을 모두 포괄합니다. 그리고 도지사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직속 제주자치경찰단이 따로 있기도 하고요. 처음 듣는 이야기인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종종 제주도의 행정에 대한 이야기도 칼럼을 통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다시 여름휴가 이야기로 돌아와볼까요. 서귀포에 도착해 첫 번째 들린 곳은 바로 '황우지 해안'입니다. '황우지 선녀탕'이라고도 불리는 곳인데요. 황우지 해안은 수심 3~4m로 천연 바다 풀장으로 손색이 없는 피서지입니다. 과거에는 현지인들만 겨우 아는 비밀 해변이었지만 지금은 수영과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의 '선녀탕'은 커다란 바위와 넓은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천연 풀장과 같은 절경을 자랑합니다. 물이 깨끗하고 투명해서 선녀들이 지상에 내려와 한 번쯤 들리고 갔을 법하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는데요. 선녀탕은 바위 한가운데 양쪽으로 두 개의 물웅덩이가 있으며 검은 현무암이 마치 요새처럼 둘러쳐져 물웅덩이를 감싸고 있습니다. 수심이 1∼2m로 깊지 않아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들이 무척 많은데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어 어린이들과 여성들에게도 부담이 없는 곳입니다.
황우지 해안은 따로 입장료는 없고 스노클링 장비 등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인근 대여점에서 빌릴 수 있다. 매년 인명사고가 발생되는 곳이니 충분한 운동과 안전 수칙은 반드시 준수해야 하며 수심이 깊기 때문에 수영에 능한 성인들도 반드시 구명조끼를 입으셔야 합니다.
서귀포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볼까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을 피해 만장굴을 찾았습니다. 만장굴은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과 우리나라 동굴 중 최초로 천연기념물(제98호)로 지정된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용암동굴입니다. 만장굴은 제주어로 '아주 깊다'라는 의미를 뜻하는데 과거에는 '만쟁이거머리굴'로도 불렸습니다. 이름에 걸맞게 확인된 총 길이만 약 7.4㎞에 이르며 통로는 폭이 18m, 높이가 23m에 달합니다. 만장굴은 당시 김녕초등학교 교사였던 부종효 선생과 그의 학생들에 의해 1946년 발견되었습니다.
만장굴은 제주도에 있는 용암동굴 중 미천굴, 협재굴, 쌍용굴 등과 함께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몇 안 되는 동굴 중 하나인데요. 현재는 제2입구의 약 1km 구간이 공개되어 있는데 50분 정도면 충분히 탐방 가능합니다. 당장이라도 용암이 흘러내릴 듯한 길을 따라 통로로 들어서면 시원한 찬바람이 마중을 나옵니다. 그래서 여름이면 자연이 만들어낸 시원함으로 만장굴을 찾는 여행객들로 더욱 붐비는데요. 이날 외부 온도가 35도를 넘었지만 만장굴 내부는 13도에 불과하여 시원하다 못해 서늘함을 느꼈습니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지금 막 용암이 지나간 듯 신비로운 암석 무늬와 벽에 새겨진 가로 줄무늬가 선명히 보입니다. 수차례 용암이 흐르면서 동굴이 층층이 생긴 탓에 바닥이 무너진 곳은 브이자형 계곡이 생겼고 무너지지 않은 곳은 다리처럼 남아있는데요. 용암이 만든 천연 예술품을 천천히 걸으며 무더위를 피하니 이것이 바로 진짜 피서구나 싶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꼭 한번 걸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곳은 제주시 삼양동에 있는 '샛도리물'입니다. 삼양검은모래해수욕장에서 동쪽으로 300m 정도 가다 보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돗자리나 캠핑의자에 앉아있는 어른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이곳이 바로 삼양동 '샛도리물' 입니다.
샛도리물은 바다와 접해 있으나, 지하 바위틈에서 솟아난 용천수입니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30m 더 가면(공중화장실 방면) 돌담으로 둘러싸인 노천탕도 운영 중인데요. 여름철에는 지금도 노천탕을 이용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솟아난 용천수는 바다로 흘러가는데요. 물이 모이는 곳은 맑고 차가워 바닥이 훤하게 보이는데요. 차가운 민물에 앉아 몸을 식히고 집에 가면 잠도 잘 옵니다.
용천수는 화산섬 제주도의 지하에 유입된 빗물이 지하수를 형성해 용암류의 빈틈을 따라 흐르다가 그 틈이 지표로 노출된 지역이나 용암류의 끝부분인 해안가 등에서 지표면으로 솟아나는 물을 가리킵니다. 제주에서는 '산물(단물)'이라고 부르는데요. '살아 샘솟는 물' 또는 '산에서 나는 물'이라는 뜻입니다. 제주도의 마을은 용천수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죠. 용천수를 이용하기 위해 물허벅, 물구덕, 물팡 등 제주 사람들의 물 이용 문화와 세시풍속 등 용천수에는 제주의 삶과 문화가 깃들어 있습니다. 함덕. 월정. 김녕 해수욕장과 같은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곳들로 피서를 떠나시는 것도 좋지만요. 제주사람들의 문화와 삶의 모습이 담겨 있는 샛도리물 같은 곳도 꼭 한번 방문해 보시면 좋습니다.
오늘 칼럼 어떠셨나요? 처음 들어보신 곳도 있고 이미 다녀와본 곳도 있으실텐데요. 제주도민이자 여행작가의 설명을 다시 들어보시니 한번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제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만큼 제주의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제주를 여행해보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대학시절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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