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한비자의 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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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에는 한 몸에 두개의 입을 가진 파충류인 '훼'가 등장한다.
한 몸에 입이 두개이다 보니 먹을 것을 놓고 서로 싸우다 결국 자기 몸을 물어뜯어 죽고 마는 배드엔딩이다.
대전이 방위사업청 유치를 위해 전방위적 행보에 나선 상황에서 갑자기 충남 논산이 유치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고, 바로 이 '한비자의 훼'가 떠올랐다.
그러나 전제 조건이 '한 몸' 인데다, 경쟁자까지 도사린다면 얘기는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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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에는 한 몸에 두개의 입을 가진 파충류인 '훼'가 등장한다. 한 몸에 입이 두개이다 보니 먹을 것을 놓고 서로 싸우다 결국 자기 몸을 물어뜯어 죽고 마는 배드엔딩이다.
'눈앞의 이익만 챙기려다간 다 함께 죽는다'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려면 멀리 내다봐야 한다'는 교훈이 담겼다.
대전이 방위사업청 유치를 위해 전방위적 행보에 나선 상황에서 갑자기 충남 논산이 유치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고, 바로 이 '한비자의 훼'가 떠올랐다.
논산시는 대전시와의 정면승부 방침마저 공식화하며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방사청 지방 이전 공약은 지난 1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전시에서 개최된 결의대회 연설을 통해 가시화됐다. 이때 윤 후보는 대전과 충남의 '상생 정책'임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대전으로 방사청 이전'을 공약하며 "충남 계룡시에 육·해·공군 사령부, 국방과학연구소, 민간국방과학기술단지, 항공우주연구원 등을 합쳐 방사청까지 이전하게 되면 대전과 충남지역이 국방과학기술 요람이자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공약 이후 '유치'와 '존치'를 두고 지방정부 간 신경전이 과열됐다.
대전시는 최근 방사청 유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방사청이 소재한 경기 과천시는 이전을 반대하는 민관대책위원회 TF를 구성했다.
유치전에도 불이 붙었다.
경남 창원시는 방사청을 창원으로 이전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대전으로선 이전을 반대하는 과천을 상대해야 하고, 창원과의 유치전에서도 승리해야 한다. 더욱이 방사청은 대전에 있던 중소벤처기업부를 세종에 뺏겼다는 지역적 박탈감의 보상책이란 점에서 절박함마저 묻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논산마저 합세해 우리와도 싸워야 한다고 엄포 놓는 건 '공생해야 할 충청끼리 받은 상처에 또 다시 소금까지 뿌리는 배덕'일 수 밖에 없다.
지역 소멸이란 문제 앞에서 지역 주의가 작동하는 건 어쩌면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하는 씁쓸한 현실이다.
그러나 전제 조건이 '한 몸' 인데다, 경쟁자까지 도사린다면 얘기는 달라져야 한다.
훼는 죽는 순간까지도 제살 깎아먹기 식 진흙탕 싸움을 멈추지 않아 공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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