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감선을 제안한다.

김병모 전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2022. 8. 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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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시절이 있었다.

감선(減膳)이다.

조선 세종 역시 자연재해 지진과 더불어 혜성이 나타나 민심이 흉흉해지자 감선을 지시하고 형벌도 금하는 등 제왕 스스로 자중한다.

감선이란 음식 반찬을 줄인다는 뜻으로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임금이 친히 근신하는 뜻으로 수라상의 음식 가짓수를 줄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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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모 전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보릿고개'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없어서 못 먹었다. 배가 허기져 칡뿌리나 소나무 속 껍질을 벗겨 죽을 끓여 먹는 사람도 있었다. 이제 너무 많이 먹어 탈이 나는 세상이다. "더 먹어" "아니요. 다이어트 중이라" 요즘 우리 삶 속에서 흔한 일상의 대화다.

나라가 어렵고 위기에 처할 때 흉흉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왕들부터 솔선하여 음식 반찬 수를 줄이는 역사가 있었다. 감선(減膳)이다.

고려 시대 고종은 몽골군이 침입하여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반찬 가짓수는 물론 반찬 만드는 사람 수까지 줄인다. 조선 세종 역시 자연재해 지진과 더불어 혜성이 나타나 민심이 흉흉해지자 감선을 지시하고 형벌도 금하는 등 제왕 스스로 자중한다.

감선이란 음식 반찬을 줄인다는 뜻으로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임금이 친히 근신하는 뜻으로 수라상의 음식 가짓수를 줄이는 것이다. 사실 조선 영조는 왕임에도 불구하고 절제된 음식 습관으로 유명하다. 그는 습관적으로 채식 위주 식사로 감선이 일상이었다. 그는 당대 다이어트를 몸소 실천한 왕으로 감선의 실천가이다. 그런 이유로 영조는 조선 최장수 왕으로 등극한다.

또한 주자의 '주자어류'에 따르면 "음식(飮食)은 천리(天理)요 요구미미(要求味美)는 인욕야(人慾也)라"

즉, 인간이 배고플 때 음식을 먹고 마시는 것은 하늘의 이치요, 하지만 너무 맛있게 지나치게 멋지게 먹으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탐욕일 뿐이다.

최근 다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장바구니 물가 또한 지나치게 올라 온 나라 민심이 흉흉하니 고위 공직자부터 솔선수범하여 당분간만이라도 감선의 미풍양속을 새겨 맛있는 고기반찬 한 가지씩이라도 줄일 것을 제안한다. 사실 요즘 사람들은 먹지 못해서 아니라 과다 섭취가 화근(禍根)이다. 음식 가짓수를 줄여 감선하는 것은 본인들의 다이어트에도 좋고 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역대 장수한 사람치고 과식해서 오래 살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특히 오늘 점심은 감선 정신을 새기면서 가볍게 콩나물국밥이나 한 그릇 먹으면 어떨까? 한잔했던 사람들은 숙취 해소에도 좋고 또한 다이어트에도 좋을 것이다. 더불어 코로나 시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통을 함께하는 마음도 생기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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