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도 버틴 대나무숲, 포클레인이 짓이겼다..의왕시의 '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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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왕시가 재해예방을 명분으로 15년이 넘은 울창한 대나무 숲을 파헤쳐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의왕시는 최근 수도권 폭우로 안양천 주변에 심어진 대나무 숲 일부가 쓰러지자, 전체 200여m 구간 중 절반에 해당하는 100m 구간의 대나무 수천 그루를 뿌리째 뽑아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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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흐름 막는다며 수천그루 싹둑
쓰러진 나무만 베겠다던 약속 어겨
시 "예정된 정비 사업 등 고려한 것"
환경단체 "홍수피해 자초" 비판
경기도 의왕시가 재해예방을 명분으로 15년이 넘은 울창한 대나무 숲을 파헤쳐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의왕시는 최근 수도권 폭우로 안양천 주변에 심어진 대나무 숲 일부가 쓰러지자, 전체 200여m 구간 중 절반에 해당하는 100m 구간의 대나무 수천 그루를 뿌리째 뽑아내버렸다. 우기에 하천 흐름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18일 의왕시와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환경련)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8일부터 이틀 동안 의왕시에 32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안양천변의 편의시설과 인공구조물 상당수가 유실됐다. 이 기간에 15년 넘도록 자리를 지킨 안양천 대나무 숲길도 일부 피해를 입었지만, 대나무들의 생육 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 대나무 숲길은 2007년부터 안양천 보행자도로의 일부에 조성됐는데, 이후 대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터널 형태로 감싸게 되면서 안양천의 명물로 떠올랐다. 의왕시는 이 길을 ‘의왕시 걷고 싶은 길 10선’으로 뽑아 시청 누리집과 블로그 등에 실어 홍보했을 정도다.
그러나 시는 지난 17일 폭우로 안양천에 떠내려온 쓰레기와 유실된 인공구조물을 정리·복구하는 작업을 하면서 인근에 심어진 대나무 수천 그루를 중장비를 동원해 뽑아냈다. 하루 전인 16일 환경련이 대나무 숲길 보존을 요청하자 ‘비 피해로 쓰러져 흐름을 막는 대나무만 제거하겠다’고 약속하고도 멀쩡한 대나무 수천 그루를 함께 훼손해버린 것이다.
환경련은 “지난 12일 현장을 살펴본 결과, 대나무 숲 가운데 불과 20여m 구간 정도만 급류에 휩쓸렸을 뿐 나머지는 멀쩡했다. 기상관측 이래 최장 장마 기간을 기록한 2020년은 물론이고, 이번 기록적인 폭우에도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고 주변에 피해도 주지 않았음을 확인했는데도, 시가 재해예방을 빌미로 대나무 숲 상당 부분을 제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단체들은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겠다’며 시행한 의왕시의 이번 조처가 홍수기에 침수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 안명균 공동의장은 “대나무 숲길 건너편은 도로가 유실되고 피해가 컸지만, 대나무 숲길은 대나무 몇 그루만 쓰러지는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도 시는 이번에 제방의 흙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 대나무 군락의 뿌리까지 모두 뽑아내버렸다. 집중호우가 오면 제방 유실 등의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의왕시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안양천 보행자도로는 2024년 대대적인 하천정비사업이 예정돼 있어, 어차피 대나무 숲 일부를 제거해야 한다. 수해복구 과정에서 앞당겨 일을 처리해 예산 낭비를 오히려 줄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시의 이번 조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의왕시의 대나무 숲 제거 작업은 환경련과 지역 주민, 시의원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18일 현재 중지된 상태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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