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칼럼] 워라밸 시행착오 줄이는 노사정 노력필요

방기봉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2022. 8.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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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조선업체 근로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52시간제 전면시행 1년 근로자 영향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오히려 악화(55%)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주당 70시간을 일하면서 400만원 가량 벌었는데 주 52시간제로 300만원 정도로 급여가 줄어든 근로자의 사연이 공개됐다.

중소기업들이 연장근무를 통해 생활임금을 보장해 주었지만 이제 과도한 추가 근무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실질임금의 감소가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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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가정, 성장, 여가 만족시키는 방안 찾아야
노사 합의 전제한 유연근로제 시행 필요
방기봉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지난 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조선업체 근로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52시간제 전면시행 1년 근로자 영향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오히려 악화(55%)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주당 70시간을 일하면서 400만원 가량 벌었는데 주 52시간제로 300만원 정도로 급여가 줄어든 근로자의 사연이 공개됐다. 나이가 젊다면 투잡이나 쓰리잡을 하겠지만 그렇게 못하고 일도 고되다 보니 소득을 높일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족분은 결국 가족의 몫이 됐다. 외벌이였다가 맞벌이로 전환되면 자녀들에 대한 돌봄이 소홀해진다. 부부 모두 일의 피로감이 커 가족 간 대화가 줄어들고, 가정경제 악화로 외식은 최소화되며, 여가활동은 생각지도 못할 상황이 이어진다.

조선업계라는 특수성이 감안됐겠지만, 이런 결과는 제도 시행 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중소기업들이 연장근무를 통해 생활임금을 보장해 주었지만 이제 과도한 추가 근무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실질임금의 감소가 이루어진 것이다.

워라밸(Work-Life-Balance)이라는 용어는 주 5일근무제 이후 정착된 용어다. 일을 하는 공간인 직장 선택의 기준이 급여 수준만큼이나 출·퇴근 시간과 주말 휴무 보장, 회사의 복지 내용을 중시하는 경향이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2000년을 전후로 노동자의 가정생활, 레저, 교육 등에 대한 부분이 노동자와 고용주 간의 파트너십까지 형성되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사회 전반의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는 워라밸을 위한 서비스나 제도가 아직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제도 도입에 들어 간 비용에 비해 실질적인 성과가 가시화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일과 생활 간 균형에 대한 개념은 일과 일 이외의 영역 간에 균형을 지속해 시간과 심리·신체적 에너지를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 개인은 스스로 삶을 통제하고,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게 된다. 기업이 노동자의 안정과 개인 생활과의 조화를 위한 지원을 통해 노동자의 삶의 질 제고와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은 곧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 주에 40시간만 일하고도 일과 가정, 일과 여가, 일과 성장이라는 다양한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하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2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 상용직 근로자의 1월 임금은 924만8000원이었다. 반면 300인 미만 기업 근로자의 1월 임금은 382만2000원에 그쳤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임금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대폭적인 임금인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대안으로 부각된 것이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한 근로시간 유연화다. 기업의 특성에 맞게 자율성을 부여해 선택근무, 재량근무, 원격근무, 재택근무를 수행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아울러 근로시간을 줄이는 기업에 사회보장 분담금을 대폭 감면하거나 상당액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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