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페퍼저축은행.."빠른 세터 데려와서 속도지적이라니"

권수연 2022. 8.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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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후 기뻐하는 페퍼저축은행ⓒ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순천, 권수연 기자) "제발 팬들의 말을 들어주세요"

지난 18일,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22 순천 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조별리그에서 현대건설이 페퍼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0(25-22, 25-14, 25-14)으로 꺾었다.

이 날 페퍼저축은행은 1세트에서 폭발하는 공격력으로 기대를 잔뜩 모았지만 결국 역전당하며 남은 2,3세트까지 모두 허무하게 넘겨주고 말았다. 주전세터 이고은이 그야말로 온 몸을 던졌지만 리시브가 무너지며 참패를 면치 못했다.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린 박경현이 9득점, 박은서가 7득점을 보탰고 하혜진이 6득점을 냈다. 두 자릿대 점수를 올린 선수가 없었다.

지난 해 4월, 광주를 연고지로 삼아 창단한 프로배구단 페퍼저축은행은 '막내의 패기'를 앞세워 V-리그에 뛰어들었다. 평균 연령 20.5세,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가 92년생 리베로 문슬기다. 당시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던 페퍼저축은행은 선수 수가 부족해 KOVO컵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현재 V-리그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감독(71세)과 평균 연령이 가장 어린 선수들로만 이뤄진 신생팀은 지난 해 10월 19일, KGC인삼공사와의 첫 대결에서 1세트를 25-16으로 따내며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엘리자벳의 강서브가 있기에 가능한 성적이었다. 뒤이어진 세트는 모두 내줬지만 급조된 멤버로 치른 첫 시합치고 섭섭치 않은 경기내용이었다. 

게다가 11월에는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던 현대건설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무려 2세트나 가져왔고 바로 직후 경기에는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무려 창단 첫 승을 거뒀다. 

지난 해 성적은 3승 28패, 객관적으로 참담한 성적이지만 팬들은 아직 어린 선수들이 모인 신생팀이기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다만 선수들이 신선하고 도전적인 훈련과정을 밟아 차근차근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원했다. 

지난 해에는 박사랑의 부상 공백을 포함해 세터진의 미숙함으로 다소 이슈가 있었고 올해 FA로 한국도로공사에서 풀린 이고은을 3년 총액 9억 9천만원(연봉 3억, 옵션 3천만원)이라는 초유의 연봉으로 영입했다. 

또한 비시즌에 페퍼저축은행은 일본 NEC 레드 로켓츠와 자매 결연을 맺는 등 국외전지훈련까지 진행하며 기대감을 모았다. 사령탑 김형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올해의 목표를 10승으로 잡았다. 그러나 올 시즌 열린 컵대회에서 뚜껑을 열어본 팬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페퍼저축은행 이고은ⓒ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페퍼저축은행 이고은이 박경현(12번)을 돌아보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지난해 지적했던 단점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을 뿐더러 서브와 리시브는 더욱 흐트러져 있었다. 허탈할 정도의 범실이 계속해서 터졌다. 서로 동선이 맞지 않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어수선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3차전 후반에는 리시브를 위해 달려가던 선수들끼리 더블컨택, 혹은 신체 충돌 직전의 아찔한 모습까지 보였다. 자칫하면 안면 부상으로 이어질 뻔한 위협적인 상황이었다.  

풀세트에 출전한 이고은이 수비와 토스에서 온 몸을 던져가며 바닥에 굴렀지만 현대건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관중석에서 붉은 클래퍼를 들고 앉아있던 페퍼저축은행 팬들 사이에는 피곤한 표정과 더불어 싸늘한 적막까지 감돌았다. 

또한 김형실 감독은 직전 경기에서 인터뷰를 통해 "(이고은이) 아직 우리팀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 팀은 속도 조절을 해야하는데 (이)고은이는 '빠른 공격'만을 추구한다"며 "이고은이 동료들에게 적응해야한다"는 지적을 내놓았고, 3차전을 마친 후에는 "서브리시브가 안되는 상황에서는 백어택을 시도하면 안된다"는 말을 전했다. 

[사진=페퍼저축은행 공식 SNS]  

이에 분노가 폭발한 팬들은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의 공식 SNS를 찾아 강력하게 항의했다. 한 팬은 "다른 팀 배구하는 것을 보라, 왜 빠른 토스가 가능한 세터를 데려와놓고 스피드를 지적하느냐"고 분개했고 또 다른 팬은 "오늘(18일) 이고은 세터가 어려운 디그를 몇 개를 했는데 타 선수들이 공을 잘 살려내지 못했다, 김형실 감독님은 현실을 직시해달라"며 간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밖에도 "제발 팬들의 말을 들어달라"며 직언이 담긴 장문의 글을 남긴 구단 팬도 보였다. 

현재 페퍼저축은행은 세터 이고은, 리베로 김해빈 영입과 더불어 새로운 외인 선수인 니아 리드를 데려오며 전력 리빌딩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험하다. 

국가대표팀에 차출되었던 주장 이한비는 현재 오른손에 부상을 입어 깁스를 찬 상태로 당분간 훈련과 더불어 경기 출전이 어렵다.

팀 창단 당시부터 김형실 감독은 "우리만의 팀 컬러로 신나는 배구를 하자"는 목표를 내세웠고, 컵대회 인터뷰를 통해서도 역시 "자신감을 되살리고 우리만의 배구를 하자"는 말을 전했다. 

창단 2년차, 신생팀의 꼬리표를 떼어내야 하는 과도기다. 첫 컵대회 전패를 통해 어수선한 경기력을 선보인 페퍼저축은행은 과연 다가올 정규리그에는 원하는 '팀 컬러'를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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