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두 번째 집을 찾는 사람들

매거진 2022. 8. 19.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 실장의 건축주 집짓기 진단 기록 7회

우여곡절 끝에 도달한 인생 첫 집짓기는 긴 꼬리처럼 아쉬움을 남긴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는 실수 없이 내 집을 짓겠다고 나선 이들. 건축 디자이너 정지희 실장이 인생 두 번째 집을 위한 꿈을 진단해본다.


일곱 번째 집 :
온이네 “작은 수영장 있는 집”
PRESENT HOUSE

건물규모 ≫ 지상 3층+다락
연면적 ≫ 156m2(47.19평)
건축면적 ≫ 40m2(12.1평)
주차대수 ≫ 2대
구조 ≫ 지상 3층 + 다락
구성원 ≫ 5명(부부, 자녀 3) + 고양이 1


CLIENT’S STORY : 온이네와의 대화

Q1 집을 즐기는 모습들을 보니 주택 생활을 하루이틀 한 것 같지 않다      

집에 푹 빠져 있다 보니 벌써 4년째네요. 2019년 5월에 이사했습니다.


Q2 편한 아파트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사실 어디선가 다들 보셨을 흔한 내용이에요. 흔한 얘기지만, 내 얘기가 되면 사정이 달라지더군요. 층간소음으로 이웃에 피해를 줄까 조심하고 아이에게 종종 감정섞인 훈계를 하다가 속상하기도 하고, 후회도 했어요. 저도 저대로 다른 집이 발생시키는 층간소음에 민감하기도 했고요. 땅에 발 디디고 사는 주택이라면 괜찮을까하고 막연히 주택을 꿈꾸다 둘째가 태어나고 이사를 결심했습니다. 또, 전에 살던 아파트 근처에 단독주택 단지가 있는데, 참 보기 좋았거든요. 그게 자극이 되어 결심 후 실행까지 빠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BEFORE PLAN

왜 조금 더 빨리 주택에 오지 않았을까 후회가 될 정도로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소리 지르던 일상에서도 해방되었고요.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좋아진 점이라고 하면 어느 시간에든 세탁기를 돌릴 수 있다는 것? 은근히 신경 쓰이거든요. 봄이나 가을에, 저녁이 선선한 계절에는 아이들을 재우고 난 후 맥주 한잔이 일상이 될 정도로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힐링이 무척 컸습니다. 여름에는 여름대로 아이들이 마당에서 풀장을 펴놓고 물놀이하는 행복한 모습을 보기만 해도 좋았습니다. 겨울에는 눈 쌓인 마당을 배경으로 눈사람도 만들고, 난로에 불을 지펴 따뜻한 차 한잔을 하기도 하고요. 주차 걱정 없는 것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죠. 저녁마다 우리만을 위한 차 댈 곳이 있다는 것에 안도했고, 내가 이렇게 식물을 좋아했었나 싶을 정도로 이것저것 많이 가꾸고 있어요. 쏟는 애정만큼 자라는 식물을 보면서 육아 스트레스도 떨쳐낼 수 있었고, 아이들과의 교감도 좋고요.


Q4 주택 일상 중 가장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을 꼽자면

가장 좋았던 점 하나를 꼽자면 안정감이겠지요. 아파트에서는 조금만 소란스러워져도 언제 누가 항의할까, 인터폰이 울리면 신경이 바짝 쓰이잖아요. 여기에서는 앞집도 옆집도 아랫집이랄 것도 없으니까요. 내 마당에 가끔 헐렁한 차림으로 나가서 아침에 커피 한 잔 편하게 마시는 것,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것. 이게 큰 장점이지요. 아쉬운 점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관리 부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당을 포함해서 손길, 눈길이 가야할 면적이 아파트보다 넓고, 공간도 수직으로 나눠져 있다 보니 부지런하게 관리하고 치워야 해요. 정말로요. 힘들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해서 주택 생활의 맛을 포기할 이유는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여름이 되면 이동식 풀장을 펴놀곤 했다. / 눈이 쌓인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


Q5 다시 주택 살이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금 주택은 누군가가 불특정 입주자를 상정해서 지은 집이에요. 어떻게 보면 기성복 같은 느낌이네요. 처음에는 주택 자체가 처음이었으니 구조도 재밌고 완벽해 보였어요. 하지만, 살다 보니 아쉬운 점도 하나 둘 보이네요. 그게 하나둘 쌓여 아예 처음부터 우리 가족에 꼭 맞춘 집 하나 지어보면 어떨까 싶네요.

적절한 수준의 수직동선 지금 집은 층이 세 개인데, 다시 집을 짓는다면 우선 좀 더 건축면적을 넓게 잡고 2층 정도로만 짓고 싶어요. 계단을 자주 오르는 것이 건강에는 좋다고 하지만, 나이 들면 무릎이라도 상하지 않을까 슬슬 걱정되고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어리니 매일 청소를 해야 하는데, 꽤 부담입니다.

주방과 다이닝룸에 집중한 설계 거실은 보통 넓게 마련합니다만, 저희는 대신 주방과 다이닝에 면적을 더 할애해보고 싶었어요. 환기가 잘 되고, 개방감도 느껴지게 창도 앞뒤로 넉넉하게 만들고요. 1층은 공용 공간이라는 성격에 집중하고, 2층은 프라이빗한 공간으로만 만들어 저녁에 취침하고 휴식을 취하는 용도로 잡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작은 풀장 설치 처음에는 풀장이라는 걸 거추장스러운 요소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이렇게 활용하는 걸 보면서 차라리 처음 설계 때부터 작게나마 풀장을 만드는 게 오히려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DESIGNER’S ANSWER : 정 실장의 제안

온이네 가족의 경우, 센스있는 건축주의 의견이 오롯이 반영된 평면입니다. 기존의 거실과 주방이 집 전체의 중심이 되는 구성입니다. 또한, 아직은 어린 아이들을 고려하여 집에서 다양하게 여러 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많이 갖고 싶어 했습니다. 이제 4년 차에 접어드는 만큼 가드닝에 대한 취미도 어느 정도 키워 왔고, 아직 어린 세 아이를 케어해야 하기에 관련한 요소들도 많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마당 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가드닝 취미와 아이들을 위한 수영장이 주축이 되는 구성을 고민했습니다.

가족마다 다르겠지만, 아이들은 보통 6월 말부터 물놀이를 즐기기 시작합니다. 이때 이동식 풀장을 보통 쓰는데, 이동식 풀장이라고 해도 물을 채우고 공기를 채우면 부피가 크고 상당한 하중을 요구하게 됩니다. 종종 아파트 베란다에서 물놀이하다가 사고 나는 경우가 이런 것 때문이지요. 주택 마당은 그런 측면에서는 큰 문제는 아니나, 만약 잔디 조경을 했다면 수영장 무게로 인해 잔디나 다른 조경이 망가지기도 합니다. 물론, 이동식 풀장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마당의 전체적인 디자인을 고려한다면 미리 설계에 반영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복도 공간 일부에 책장과 윈도우시트를 둬 자연스럽게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주방을 중심으로 주요 동선이 흐를 수 있도록 했다.
식당과 주방에서는 부차적인 요소를 많이 넣기보다는 식사라는 행위에 중점을 뒀다.
외부 수영장에서 바로 몸을 녹이고 씻을 수 있게 욕실에 폴딩도어를 설치했다.


물놀이 후에는 씻어야 하는데, 집에 들어가 욕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불편함이 컸습니다. 도면에도 이를 반영해, 1층의 경우 수영장에서 자쿠지 욕조가 있는 욕실로 바로 이동할 수 있게 했습니다. 1층에 큰 드레스룸을 둔 것은 외출 후 바로 씻고 정리할 수 있는 동선을 고려한 것입니다. 여기에 건축주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요소로, 작은 세탁물도 들고 오르내리는 번거로움을 줄이고자 2층에서 세탁실로 바로 옮길 수 있는 작은 통로를 반영했습니다.

2층과 3층은 다섯 식구 각각의 프라이버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실을 배치했습니다. 화장실은 특히 넉넉하게 네 개를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사생활공간은 자칫 밋밋해지기 쉬워 복도 공간 등을 활용해 윈도우시트를 두고 작은 가족도서관을 계획했습니다. 종종 오가면서 창밖을 보며 책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역할을 고려했습니다.


TIP. 물만 채운다고 끝이 아닌 주택 미니 수영장
단독주택의 수영장은 단순히 설치할 공간이 있느냐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나 주택이 필로티 구조를 갖추고 있다면 수영장, 조금 더 정확히는 수영장에 채워질 물의 하중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구조 문제뿐만이 아닙니다. 필지를 고르는 단계라면, 상수도보호구역에 속하거나 수영장 시공이 어려운 규제지역인지도 미리 알아둬야 합니다. 또한 약 20평이 넘는 수영장이라면 건축허가도 받아야 하므로, 적절한 필요 면적을 따져보고 세금 부과 대상인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수영장은 구조부터 비용, 세금까지 영향을 미치기에, 꼭 설계 단계에서 건축사사무소와 논의를 나누는 것을 권합니다.

실내건축디자이너 정지희 _ ㈜공간산책

한양대학교 실내건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15년간 다양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공간산책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건축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다양한 용도의 공간을 설계하며 쌓아왔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어떠한 환경에서든 산책하는 듯 여유롭고 안정된 공간을 연출하고자 한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늘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공간을 연구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031-287-5249 | jzzhi@naver.com


구성_ 편집부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2년 8월호 / Vol.282  www.uujj.co.kr


Copyright © 월간 전원속의 내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