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갈등 오늘 분수령.. 日기업 자산 '현금화' 이뤄지나
외교부 "예단하지 않겠다"며 관련 동향 촉각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 지급을 위해 일본 전범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강제매각·현금화하는 절차를 진행할지 여부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결정이 임박했다.
이번 결정이 향후 한일관계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는 "예단하지 않겠다"며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19일 법조계와 외교가에 따르면 일본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상표권 특별현금화 명령 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 민사3부는 사건 접수 4개월이 되는 이날까지 이 사건을 더 이상 따져보지 않아도 될지, 즉 '심리 불속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앞서 대전지방법원은 작년 9월28일 강제동원 피해자 측 청구에 따라 미쓰비시의 국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2건에 대해 매각 명령을 내렸다. 미쓰비시 측은 즉시 항고했으나 기각됐고 올 4월 재항고했다.
대법원이 이날 이 사건 심리 불속행을 결정하면 매각 명령이 확정돼 미쓰비시의 해당 자산에 대한 현금화 절차가 시작된다. 이 경우 다른 피해자들이 배상금을 받고자 미쓰비시처럼 한국 내 자산 압류·매각을 신청한 일본제철에 대해서도 추후 법원으로부터 같은 명령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현금화' 결정을 통해 자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우리 법원이 '현금화' 조치를 취하면 일본 측에서 각종 보복 조치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8년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이 나왔을 당시부터 우리 정부 소유의 일본 내 자산을 '동결'하는 등의 대응조치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정부가 우리 법원 결정을 이유로 보복에 나설 경우 우리 정부도 가만히 있기 힘든 만큼 한일관계가 다시 최악의 상황으로 이를 수 있단 우려가 많다. 게다가 이번 사건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윤석열 정부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강력 추진 중인 '한미일 협력'에도 금이 갈 수 있다.
대법원이 이날 심리 불속행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가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와 관련 지난달 26일 '정부는 한일 양국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대일(對日) 외교협의를 지속 중'이란 등의 입장이 담긴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외교부의 이 같은 의견서는 사실상 법원에 현금화 조치 '동결'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8일 국회 답변에서 "외교부는 대법원 판결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거나 관여하는 행위를 할 의사가 전혀 없다"면서도 "(의견서는) 한일관계 개선 노력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이 참고해 달라고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금화 조치가 '동결'되더라도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이 신속히 봉합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 많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이 책임지고 시정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단 점에서다.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등에 대한 배상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우리 정부에 제공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이미 해결됐다"고 강변해왔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관련 판결 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한일관계 개선도 어렵다"는 게 그동안의 일본 측 입장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행정부의 일원인 외교부가 사법부의 결정·판단에 대해 그 시기·내용을 포함해 예단하는 건 삼가겠다"며 "대법원 결과와 상관없이 외교부는 정부를 대표해 피해자 측을 비롯한 당사자, 각계각층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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