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룡 칼럼] 쌀농업이 무너진다

2022. 8. 19. 05:1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쌀값 하락 추세가 심상치 않다.

이에 따라 쌀 소득 최종 방어선이던 변동직불제가 폐지되고 가격 하락에 대한 안전장치가 사라졌다.

쌀값 폭락이 극심했던 2016년 상황은 당해년도 현상이 아니라 2013년부터 초과공급이 5년간 누적돼 나타났다.

아마 세계적 인플레 시대에 쌀값 하락이 소비자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고마운 일이라 속으로 반기는지 모를 일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쌀값 하락 추세가 심상치 않다. 역대 최대 역마진을 넘어 쌀산업 전체를 무너뜨릴 기세다.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은 이미 적자의 늪에 빠졌고 농민들도 지난해 재고에 더해 햇곡이 추석으로 조기 출하될 예정이라 아연실색이다. 필자는 지난 6월 국회에서 개최된 ‘쌀산업 진단과 양곡정책 재정립을 위한 정책토론회’ 좌장을 맡아 진행한 적 있다. 가격 폭락 대응책으로 쌀 소비촉진을 위한 품질 개선을 강조한 주제발표와 토론을 보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 문제를 보는 시각들이 너무 한가로웠기 때문이다.

쌀농업이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은 도처에 있다. 2021년 개정된 ‘국민 공통 식생활지침’에 이전까지 가장 먼저 언급되던 쌀이 곡류로 통합되어 채소·과일보다 뒤에 위치했다. 쌀은 이제 주곡이 아니다. ‘국민영양관리법’에 따라 5년 주기로 개정되는 이 지침은 보건복지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 운영하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쌀에 대한 정책이 없다. 필자는 윤석열정부 출범 전 <농민신문>에 ‘차기 정부 농정, 기대해도 될까?(본지 4월4일자 19면 게재)’라는 칼럼을 쓴 적 있다. 물론 기대하는 마음으로 쓴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정권은 선거 공약마저 허술하고 무성의했다. 쌀이 무방비로 방치되고 있다.

이전 정부는 쌀 소득보전직불제를 공익형 직불제로 대체하면서 쌀이 농정의 중심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쌀 소득 최종 방어선이던 변동직불제가 폐지되고 가격 하락에 대한 안전장치가 사라졌다.

필자는 ‘쌀 직불제 개편, 신중해야(본지 2018년 12월14일자 19면 게재)’라는 칼럼을 비롯한 여러 공개토론회에서 시장격리제가 변동직불제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한 바 있다. 시장 수급과 관계없이 최저가격을 보장해주는 변동직불제는 시장가격이 사전에 정한 목표가격을 하회하면 일정 가격을 보장해준다. 그런데 생산이 수요를 초과해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해야 비로소 작동하는 시장격리제는 사후약방문일 뿐 아니라 가격지지 효과도 보장되지 않는다. 수요는 예측치기 때문에 수확기에 초과공급이 얼마나 될지 정확히 알 수 없고 따라서 적절한 시장격리 물량을 알기 어렵다. 지난 수확기 후 3차례 시장격리에도 가격이 하염없이 하락하는 사실이 이 제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쌀값 폭락이 극심했던 2016년 상황은 당해년도 현상이 아니라 2013년부터 초과공급이 5년간 누적돼 나타났다. 이는 가격 하락 때 농민들이 생산을 줄여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산을 늘려 가격 하락분을 만회하려 시도하기 때문이다. 2021년산 공급 초과로 인한 가격 하락은 이제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3·4년간 수급 조절에 실패한다면 우리 쌀농업은 그대로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여타 작물에도 바로 전이될 것이다. 한국농업 붕괴가 우려된다.

그런데 농정당국을 포함한 정부부처 어디도 이 엄중한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것 같지 않다. 쌀값 폭락 대응책으로 농식품부가 내놓은 정책이 쌀가루 가공식품으로 소비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 한가한 인식에 할 말을 잊는다. 아마 세계적 인플레 시대에 쌀값 하락이 소비자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고마운 일이라 속으로 반기는지 모를 일이다.

쌀은 그냥 쌀이 아니다. 오랜 세월 우리 농업의 기반이었고 식량안보의 핵심이다. 쌀을 잃고 국가를 운영할 수 있을까? 농업이 무너진 선진국이 가능할까? 도대체 정부는 국민에게 무엇일까?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