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식민지 조선 산업의 '형성'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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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근대화 논쟁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역사학계의 큰 논쟁 중 하나였다.
민족주의 관점에서 식민지 산업화의 주인공은 피지배 민족이 아닌 제국주의 민족이었다.
그렇다면 식민지 산업은 어떻게 형성되고 성장했으며, 그 한계는 무엇이었을까.
중요한 점은 식민지 산업이 중소·가내 공업과 대공업의 이중구조로 형성되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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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 공업사 1876~1945
배성준 지음 l 푸른역사 l 2만8000원
식민지 근대화 논쟁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역사학계의 큰 논쟁 중 하나였다. 민족주의 관점에서 식민지 산업화의 주인공은 피지배 민족이 아닌 제국주의 민족이었다. 제국주의 민족에 의해 이뤄진 산업화는 피지배 민족의 부와 노동력을 빼앗은 것이기에 기형적이거나 파행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식민지 근대화론은 ‘발전’을 중심에 둬 발전의 주체가 식민지 민족인지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 관점에선 제국주의 권력의 정치적 억압과 폭력은 부수적인 것일 뿐, 일본의 식민지 투자와 지원, 조선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했다.
<한국 근대 공업사 1876~1945>는 이 두 관점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식민지 자본주의의 근대적·식민적 형성’이란 관점에서 식민지 공업을 보자고 제안한다. 그 출발점은 식민지 산업의 재생산 구조가 식민 본국에 통합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식민지 산업의 식민 본국으로의 통합은 화폐와 철도부터 법률과 자본, 노동에까지 이르며 점차 완성되어 갔다. 이런 통합의 방식과 재생산 구조가 근대적인 것이자 식민지적인 것, 즉 분리가 불가능한 하나의 구조를 이뤘다.
그렇다면 식민지 산업은 어떻게 형성되고 성장했으며, 그 한계는 무엇이었을까. 1904~05년 러일전쟁 이후 조선 경제가 식민지 자본주의로 전환되면서, 조선의 전통적인 분업과 생산 체계는 해체됐다. 대신 식민 본국과 연결되는 새로운 분업·생산 체계가 들어섰다. 이로 인해 조선에서 1876년 개항 이후 식산흥업정책을 중심으로 시도했던 공업화 추진과 민간 부문의 공장 설립의 흐름은 단절되고 말았다.
중요한 점은 식민지 산업이 중소·가내 공업과 대공업의 이중구조로 형성되었다는 데 있다. 일본의 독점자본이 진출하며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공업이 형성되었지만, 이는 중소·가내 공업과 상호 간의 연관성은 없이 각각 식민 본국인 일본의 재생산구조와 통합되어 있었다. 공업화를 통해 공업 생산이 확대될수록 일본 경제 종속과 잉여 유출이 강화된 것이다.
식민지 이중구조의 한계는 당시 경성-인천공업지대의 기계기구 공업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병참기지화의 일환으로 추진된 경인공업지대에선 차량류, 광산용 기계, 전기 기계를 생산했고 자급률은 25%에 이르렀다. 하지만 핵심적인 공작·정밀 기계 생산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등 원료 종속, 설비 결여, 기술인력 부족이라는 재생산 구조의 한계가 명확했고, 공작·정밀 기계로의 발전은 애초부터 가로막혀 있었던 것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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