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의 책·읽·기] 삶의 수수께끼 푸는 문장.. 인생은 스피노자처럼

김진형 2022. 8.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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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에세이는 1부 '시간을 꺾다', 2부 '오래도록 기다린 이유', 3부 '저물녘에 읽은 신화'로 구성됐다.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엿볼수 있다.

필사는 본질적으로 '책읽기'이고 표절 가능성이 있기에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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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하창수 소설가 에세이
작가 인생 35년간 사유 담아
7개월간 읽은 '에티카' 영향
감정·삶의 불확실성 성찰
▲ 하창수 작가는 에세이 서문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인생에서도 끝없이 우주와 신을 명상했던 스피노자 선생께 보잘 것 없지만 제 삶이 담긴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썼다.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춘천에서 활동하는 하창수 소설가의 에세이 ‘인생’을 읽다가 든 생각이다. 하창수 작가는 “죽음의 목젖까지 차올랐던 군대생활”을 마치고 스물 다섯 나이에 꼬박 7개월간 ‘에티카’를 읽은 뒤 삶이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렇게 지나온 작가 인생 35년에는 삶을 이해하기 위해 사유해 온 치열한 밤이 있었다. 그 밤, 우주와 신을 명상한 ‘스피노자 선생’은 삶을 고찰하는 길잡이였다.

에세이는 1부 ‘시간을 꺾다’, 2부 ‘오래도록 기다린 이유’, 3부 ‘저물녘에 읽은 신화’로 구성됐다. 각 장의 앞 부분에는 스피노자의 글이 들어가 있다. 이를테면 “쾌감이나 기쁨은 지나칠 수 있으며 악일 수도 있다. 쾌감이나 기쁨이 악인 한에서 고통은 선일 수 있다”는 문장이다.

하창수의 언어는 감각적이다.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을 다시 인식하는 성찰도 엿보인다. 꿈꾸듯 지나가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함정에 빠진 듯 헤어나오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함정에 빠져 있다는 자각,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하창수의 산문은 감정을 깊이 사유했던 스피노자의 사상과 연관이 깊어 보인다. “고통은 감내해야만 하는 의무가 아니라 기꺼이 감내할 수도 있는 선택의 대상이다”, “절망하지 않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절망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 등의 문장들이 특히 그렇다. 작가 자신조차 왜 소설을 쓰고 있는지 스스로 묻고 답한다. 그 답은 “글이란 것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지 알기 위해 쓴다”는 것이다.

▲ 인생 하창수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엿볼수 있다. 원고의 마지막 문장을 쓸 때 두려움이 싹튼다면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늘 두려움과 함께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필사는 본질적으로 ‘책읽기’이고 표절 가능성이 있기에 추천하지 않는다. 수많은 책들을 발췌독하는 것보다는 단 한권의 책이라도 깊이 통독하는 것이 더 소중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함께한다. 생각은 ‘공간’이라는 인식이 흥미롭다. 인간이기에 생각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깨달음처럼 생각의 문이 열리기도 한다. 계속해서 확장하는 우주와도 비슷하다.

작가는 ‘소설가’로서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언론에 대한 뼈아픈 성찰도 있다. 독자들이 진짜 알아야 할 기사보다 몰라도 되는 자극적인 기사가 상위에 랭크되는 이유는 대해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결론을 낸다. 수요공급의 법칙을 성실하게 지키는 현대인의 업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후가 인류의 물리적 멸종을 암시한다면 ‘모를 권리’를 상실해버린 인류는 정신적 멸종의 길을 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삶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수수께끼 같다. 그럼에도 하창수의 글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세계를 탐구한다. 작가가 써온 일기장은 100권쯤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일기장의 맨 첫 페이지, 마음에 새기는 문장이 있다.

“내가 약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내가 언제든 무의 길로 갈 수 있음을 명심하라”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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