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공 ‘윌슨’과 가상인간 ‘로지’
인간은 어떤 사물이든 의인화하고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생물입니다. 로봇 강아지가 고장 났을 때 상실감을 느끼는 것도, 벽지나 구름 혹은 어두운 밤 가로등 밑 쓰레기 더미에서 사람 모습을 연상하는 것도 이런 능력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과 형태가 비슷할수록 더 쉽게 애착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홀로 갇힌 주인공은 배구공에 우연히 자기 피로 찍힌 손바닥 모양을 바라보다 눈 코 입을 그려 넣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윌슨’은 무인도 생활 4년간 주인공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죠. 재밌는 것은 어느 순간 윌슨에게 머리카락까지 생겼다는 점입니다. 윌슨을 좀 더 인간에 가깝게 만들기 위한 주인공 나름의 노력입니다.
이번 주 커버스토리에서 다룬 가상 인간 열풍을 보면 ‘최대한 인간을 닮은 것’을 만들려는 인류의 노력이 거의 목적지에 다다랐다는 느낌이 듭니다. 얼마 전 가상 인간 걸그룹 ‘이터니티’의 멤버 제인이 뉴스에 출연해 진행자와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 표정이나 눈동자, 입 모양에서 거의 위화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물론 얼굴을 제외한 모든 것은 실제 사람이 연기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죠.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가상 유명인이 진짜 인간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 있습니다. 대중이 임영웅이나 아이유,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지 그들의 외모 때문이 아니라 무명 시절의 설움이나 인기의 부침 같은 스토리를 공유하기 때문이죠. 완벽한 외모를 갖춘 가상 인간보다 눈 코 입만 겨우 달린 윌슨을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마음이란 참 신비합니다.
B8면에서 다룬 ‘비욘드 미트의 위기’도 소비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신기함을 넘어선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그 무엇이 가상 인간에겐 스토리, 대체육에는 가성비겠죠. 위클리비즈도 독자 여러분의 마음을 얻고자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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