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 개발자만 골라냈다, 현대차가 꾸리는 조직의 정체

류정 기자 2022. 8.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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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미래 사업을 위한 조직 개편을 본격화한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인수한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핵심 조직으로 키우기로 했고, 부품계열사 현대모비스는 생산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전기차 플랫폼 위탁생산 사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미래차 관련 핵심 조직을 기존 거대 강성 노조의 영향권에서 한발 벗어나도록 해, 빠르고 안정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조직 개편 대상이 된 현대차 그룹 일부 직원들은 “대기업에 들어왔는데 왜 스타트업(또는 자회사)으로 가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어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 1월 미 라스베이거스 'CES 2022′에서 현대차가 공개한 미래 모빌리티 상상도. 당시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모든 사물이 자유롭게 스스로 움직인다는 MoT(Mobility of Things) 개념을 제시했던 현대차는 최근 미래 사업을 위한 조직 개편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

◇조직 개편해 개발자들 스타트업 ‘포티투닷’에 모아 ‘미래 SW’ 올인… “대기업 왔는데 다른 데 보내나” 반발도

현대차그룹은 지난 16일 사내 설명회를 열고 TaaS(모빌리티 총괄) 본부에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50~60명을 ‘포티투닷(42dot)’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지난 12일 “향후 미래차 성패를 좌우할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를 위해 포티투닷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는데, 포티투닷 인력을 현대차에 흡수시키는 게 아니라 반대로 기존 현대차 인력을 포티투닷에 보낸다는 것이다.

포티투닷은 네이버 스타 개발자 출신 송창현 현대차 TaaS 본부장(사장)이 2019년 설립한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총 9번에 이르는 면접·테스트를 포함한 혹독한 채용 절차를 통해 140여 명의 정예 소프트웨어 인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스타트업의 혁신적이고 개방적인 조직 문화를 그대로 살려 개발 역량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특히 노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유연한 임금체계와 철저한 성과 보상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현대차가 택한 방식은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인재를 관리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폴크스바겐은 ‘카리아드(CARIAD)’, GM은 ‘크루즈’라는 소프트웨어 전문 자회사를 통해 수천명의 개발자들을 본사와 분리시켜 놓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자동차는 엔진이 아니라 자율주행·음성인식·인포테인먼트 같은 ‘소프트웨어’가 좌우한다”며 “고급 인재 확보가 시급한 시기에 현대차가 지름길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포티투닷 연봉이 현대차보다 높다”며 기대감을 내비치는 직원들도 있지만 일부 개발자들은 “기껏 대기업 들어왔는데 스타트업 가라는 거냐”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비스, 생산 전문 자회사 설립… 플랫폼 위탁생산으로 사업 확대

부품계열사 현대모비스도 18일 조직 개편안을 내놓았다. 모듈과 핵심부품(제동·조향·에어백) 사업을 2개의 ‘생산 전문 계열사’로 분리해 11월에 출범시키고, 현대모비스에는 AS 부문과 전장 부문, 연구개발(R&D)만 남긴다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모비스가 기존 3개 자회사 HGP(배터리팩)·GIT(진단 장비)·현대IHL(램프)까지 합쳐 5개 자회사를 거느리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모듈과 핵심부품 생산을 20여 협력사에 위탁해왔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현대모비스가 실질적인 관리·감독도 하면서 직고용은 하지 않는 건 ‘불법 파견’이라는 논란이 계속됐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개편을 통해 협력사들을 아예 자회사로 편입시켜 불법 파견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고, 전기차 플랫폼 위탁생산과 차량용 반도체 같은 미래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5개 자회사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고객사들의 차량 플랫폼과 시스템 부품까지 위탁 생산하는 사업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 같은 미래차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 같은 재편 과정에서 현대모비스 생산관리 담당 직원 200여 명이 자회사로 이동이 불가피해, 처우가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직원들의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공장 관리직은 회사 측 결정에 반발해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측은 “본사와 처우가 대부분 동일하고, 위로금도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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