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환의 두잉세상]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국제신문 2022. 8.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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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메가시티) 협약이 지난 4월 19일 체결됐다. 지난 20여 년 노력의 결과다. 부울경 합의로 도출된 60개 사무를 포함한 메가시티의 공식적 업무가 내년 1월부터 시작된다. 전국 최초의 사례라 정부의 특별 지원도 포함됐다.

그러나 지난 6월 지방선거로 광역단체장이 바뀐 경남과 울산이 메가시티의 속도 조절론을 펴고 있다. 각자의 셈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속 절차 등 관련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천연자원이 없다. 그래서 자원을 수도권에 집중시켜 국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고 성과도 있었다. 집중화의 힘은 크다.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동남권 임해공업벨트가 그 예다. 그 뒤를 이어받은 수도권의 첨단산업클러스터가 우리나라를 G10의 반열에 오르게 하는 큰 역할을 했다.

집중화도 한계가 있다. 수도권의 집중화는 임계점을 넘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을 가져왔다. 12%의 국토 면적을 차지하는 수도권의 경제 교육 문화 및 인구 집중도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2019년 기준 100억 이상 투자 스타트업 92.6%, 상장사의 72%, 대학생의 40%, 연구개발인력의 61.8%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2022년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50.4%가 수도권에 있다. 학생 등 체류하는 인구를 포함하면 그 이상이다. 청년과 인재를 수도권에 빼앗겨 지역의 첨단산업 유치는 불가하고 전통산업마저도 무너지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사라져 지방이 몰락하는 이유다.

수도권 블랙홀 현상으로 생긴 심각한 문제는 저출산이다. 2021년 출생자 수는 26만500명이었다. 1960년 출생자 109만9000명을 정점으로 60여 년 만에 4분의 1토막이 났다. 전 세계 유례가 없는 빠른 속도로 진행된 출생자 감소다. 기대수명 증가로 고령사회의 진입 속도 또한 가장 빨라 복지 예산 증가, 지방 소멸, 노동인구 감소 등 예측되는 사회적 문제는 시한폭탄이다. 6·25 전쟁 중에도 출생자는 70만 명을 훨씬 웃돌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쟁 중인 때보다 살기가 더 힘든 팍팍한 세상이란 말이다.

동물은 개체 수가 증가해 먹잇감이 부족하면 번식을 억제해서 살아남았다. 맬서스의 ‘인구론’과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입증된 과학적 사실이다. 작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1명이다. 반면 인구가 집중된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63명이다. 합계출산율은 가입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출생자 수다. 서울의 경우 성인 남녀 4명이 평생 1명을 낳는 꼴이다. 인구가 집중된 서울에서 아이를 낳지 않으니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을 집단자살 사회라고 꼬집는 전문가도 있다. 결국 초저출산 문제는 수도권 인구집중 때문이다.

수도권 블랙홀 현상을 막는 방법은 수도권 일극에 맞설 플랫폼 효과를 내는 창조적 지방 거점도시 몇 개를 구축해 국토를 다극 체제로 만드는 것이다. 동남권, 호남권, 경북 내륙권 등 권역별 메가시티가 그 해법이다. 메가시티란 광역교통망을 구축하여 일일 생활과 경제 활동이 가능한 인구 1000만 규모의 거대도시를 말한다. 또한 외국 거점도시와 항공편이 편리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인구 800만 명 규모를 가지는 부울경이 메가시티 구축의 최적지다. 진주 창원 부산 울산 4개 중핵 도시를 중심으로 주변의 중소도시와 농산어촌 지역을 하나의 경제생활권으로 묶어 수도권에 대응하는 국가발전의 새로운 축으로 만들 수 있다. ‘2040년까지 인구 1000만 명, 지역내총생산 491조 원’의 목표 달성으로 서울 도쿄 오사카 나고야 베이징 상하이 홍콩에 맞먹는 동북아 8대 메가시티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부울경은 신공항 입지, 물 사용 및 광역교통망 구축 등으로 많은 갈등을 겪어 왔다. 지자체장들의 정치적 노선이 주요 원인이었다. 그래서 2019년 5월 탄생한 것이 ㈔동남권발전협의회다. 부울경 산학관민 20명의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되며 3개 시도의 민감한 문제의 조정, 감시 및 자문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인구 2200만 명에 달하는 ‘간사이광역연합’을 2010년 성공적으로 출범시키는데 이러한 민간협의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내년 1월 출범 예정인 부울경 메가시티가 좌초되어서는 안 된다. 다행히 경남도지사와 울산시장은 메가시티 추진의 원칙에는 동의한다. 경남은 서부지역 개발이 소외되는 점을 우려한다. 울산은 부자 도시의 옛 영광을 되찾고자 한다. 옳은 말이다. 이 모두를 이루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와 집중화가 필요하다. 교육 문화 의료 교통시설은 규모의 경제가 해결할 수 있다. 그래야 젊은이들이 찾아오고 일자리가 창출된다. 시골 한 지역을 아무리 투자해도 젊은이들은 오지 않을 것이다.


가덕신공항과 부산 월드엑스포의 우선 수혜자는 부산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이들은 경남의 낙후지역은 물론 울산의 옛 영광을 찾아 줄 불쏘시개가 될 것이다. 서울이 있었기에 인천이 있다. 어느 때보다 시민의 목소리가 필요한 때다.

전호환 동명대 총장·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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