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1회초 5실점했어도… 바로 2~3점 내면 역전할 수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 2022. 8.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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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현국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던 8월 17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심리에 참석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충돌하고, 당대표가 당을 상대로 법적 투쟁을 벌이는 초현실적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맞서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법적으로 다투던 초현실적 상황의 재연이다. 정치 실패와 대통령 리더십 위기가 부른 참사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여주는 지표다. 20%대 지지율은 신뢰를 잃었다는 방증이다. 메시지는 ‘신뢰할 수 있는 메신저’(에토스)가 ‘믿을 수 있는 논리’(로고스)를 ‘감동적으로’(파토스) 전달할 때 설득력을 갖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메신저 거부 현상’ 위기에 빠졌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한때 세계시장을 지배했던 위대한 기업의 몰락을 5단계로 설명했다. 1단계: 성공에서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 2단계: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 3단계: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 4단계: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 5단계: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 윤석열 정부는 3단계다.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4단계로 갈 수 있다.

당대표가 쫓겨났는데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고 대통령 참모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사퇴하지 않고 윤핵관은 건재하다. 정치의 본령은 책임을 지는 것이다. 대통령은 뒤로 숨으면 안 된다. ‘총사령관’답게 냉정하게 판단하고 빠르게 결단해야 한다.

‘가처분 정국’의 예상 시나리오는 네 가지다. ①가처분 인용 ②가처분 기각 ③기각하되 절차적 정당성 훼손 지적 ④가처분 철회. ①일 경우는 사실상 심리적 분당이다. ②일 경우는 이준석의 정치적 패배다. 여론전을 이어갈 동력이 없다. ③일 경우는 사실상 이준석의 정치적 승리다. 장외투쟁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윤핵관’의 2선 후퇴가 불가피하다. ④가장 바람직한 정치적 해법이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래도 0%는 아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선발투수로 나와 1회 초에 5실점한 꼴이다. 승부가 끝난 듯 보인다. 그러나 1회 말에 1점을 내고, 2회 초를 무실점으로 막은 후 또 한 점을 내서 5대2가 되면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진다. 더 실점하지 않고 5회까지 5대3까지 따라붙으면 역전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추가 실점을 막으려면 ‘대통령다운 이미지’를 빨리 구축해야 한다.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 건 담대한 결정이지만 ‘권위주의’를 버리면서 ‘권위’까지 버리는 우를 범했다. 물론 ‘도어 스테핑’은 시간이 지나면 리스크는 줄어들고 좋은 업적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윤석열 시절의 초심을 잊으면 안 된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는 말에 대중은 열광했다. 많은 사람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공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세상이 ‘상식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를 했다. 그 기대가 곳곳에서 깨졌다. 그러니 추가 실점을 막는 출발은 ‘상식 회복’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와 정책은 적어도 국민 50~60%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성과를 통해 차근차근 점수를 낼 수 있다. 지지율 하락은 대통령의 말과 태도, 대통령실 참모들의 무능, 윤핵관의 오만과 폭주, 그리고 당내 갈등 때문이다. 전략적 냉정함만 찾으면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 일단 25%의 바닥은 확인했다. 1차 목표는 추석 때까지 35%, 2차 목표는 내년 설날까지 40%, 3차 목표는 내년 추석까지 45%다. 그러면 총선 전망은 어둡지 않다.

의도와 의지는 전략이 아니다. 목표와 실행이 전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00일 기자회견에서 “…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 국정 운영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국민의 뜻이고, 둘째도 국민의 뜻입니다.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 치도 국민의 뜻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뜻을 살피겠습니다. …“라고 했는데 솔직히 레토릭일 뿐이다. 정치에서 그런 ‘추상적’ 국민은 없다. ‘당파적’ 국민이 있을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략적’으로 국민을 정의해야 한다. 한국의 유권자 지형은 거칠게 분류하면 ①30% ②20% ③30% ④20%다. ①은 무슨 일이 있어도 민주당을 찍는 층, ②는 대체로 민주당 후보를 찍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보수나 중도 후보로) 스윙하는 중도 진보층 ③은 대체로 보수 후보를 찍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진보나 중도 후보로) 스윙하는 중도 보수층 ④는 어떤 일이 있어도 보수 후보를 찍는 층이다. 전략적으로 1차 타깃이 되는 국민은 ③이고, 2차 타겟은 ②다. ②의 일부분이라도 가져올 수 있다면 지지율은 최고 55~60%까지 갈 수 있다. ①과 ④는 전략적 타깃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 주호영 비대위가 알아야 할 것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치의 네 가지 전선, 즉 기득권 대 혁신, 낡음 대 새로움, 과거 대 미래, 분열 대 통합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앞의 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준석을 쫓아낸 국민의힘은 기득권·낡음·과거·분열만 남았다. 다음 전당대회에서 혁신·새로움·미래·통합을 상징하는 지도부가 들어서야 ③을 회복하고 ②까지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 그 전에 시급히 할 일은 ‘이준석 이슈’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그건 윤석열 대통령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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