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과학 한 스푼] 맛있는 갈색, 맛없는 갈색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2022. 8.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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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깎아 놓으면 금세 갈색으로 변합니다. 갈변이라 부르는 현상인데요, 그렇다고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손이 잘 가지 않습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사과와 같은 과일에는 클로로제닉산과 같은 폴리페놀 화합물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당근을 붉게 만드는 안토시아닌, 녹차에 풍부한 카테킨 등도 이 폴리페놀 화합물의 일종입니다. 그런데 사과에는 이 폴리페놀 화합물을 산화시키는 효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껍질을 깎은 사과가 공기 중에 노출되면 산화가 잘 일어납니다. 이렇게 산화되어 만들어진 물질을 퀴논이라 하는데, 이 퀴논은 반응성이 매우 좋아 서로 반응을 일으켜 멜라닌이란 물질을 생성합니다. 이 멜라닌은 갈색의 색소 성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갈변을 방지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산화효소의 활동을 억제시키는 방법인데, 효소는 열에 매우 민감합니다. 녹차를 만들 때 어린잎을 뜨거운 그릇 안에서 이리저리 굴리는 이유이기도 한데, 그래야 갈변하지 않고 녹색을 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온도를 낮추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썰어 놓은 감자는 반드시 냉동유통해야 갈변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가열하거나 냉동할 수 없다면,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염소는 산화효소의 작용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염소가 포함되어 있는 염화나트륨, 염화마그네슘, 염화칼륨 등의 용액에 사과를 담가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가정에서라면 소금물에 담그면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겠죠. 하지만 맛까지 고려한다면 설탕물에 담갔다 꺼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끈적거리는 설탕용액으로 표면을 코팅하여 산소와의 접촉을 줄임으로써 산화를 방지합니다. 취향에 따라 꿀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마지막 방법은 산화 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인데, 대표적으로 비타민C라고도 불리는 아스코르브산이 있습니다. 산화 억제제는 산소를 잘 받아들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사과의 폴리페놀을 대신해 산소를 먼저 받아들임으로써 폴리페놀의 산화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과일주스나 통조림의 성분표를 보면 비타민C가 소량 들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산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최근 신선편이 과일이라는 제품이 인기입니다. 사과와 같은 과일을 한입 크기로 먹기 좋게 잘라 포장한 제품인데요, 여기에도 산화 억제제인 비타민C, 그리고 산화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염화칼륨과 같은 물질이 소량 첨가되어 있습니다. 물론 살균한 후 질소를 넣어 밀봉 포장함으로써 균의 번식과 산소 접촉을 억제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갈변은 일종의 경고입니다. 공기 중에 오래 노출되었음을 알려줍니다. 만약 그렇다면 균의 증식 등으로 부패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갈색으로 변한 과일을 싫어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마이야르 반응처럼 고온의 열을 가하여 만들어지는 먹음직스러운 갈색은 좋아하지만, 이 갈색은 그렇지 않은 것이죠.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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