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이승만 대통령

2022. 8. 1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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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절을 맞으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니라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필자가 2009년 11월부터 3년간 KBS 사장으로 일하던 때다. 공영방송으로서 다른 민영방송이 제대로 다루기 힘든 음악과 미술, 다큐멘터리 등에 역점을 두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에서 관련 PD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2010년 9월, 다큐 제작 PD들은 국내외에서 관심을 모았던 'KBS 특별기획 한국전쟁' 10부작 시리즈 같은 것을 만들고 싶다면서도 제작 역량을 키우기 위해 먼저 인물 다큐멘터리를 몇 편 만들겠다고 했다. 그 결과 정부 수립 이후 역대 대통령을 순서대로 다뤄 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연속 다큐멘터리의 제목을 'KBS 특별기획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로 결정하고 이듬해 봄부터 첫 작품으로 '이승만 초대 대통령' 제작에 들어가 8·15 광복절을 전후해 방송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2011년 봄 당시 KBS 소수 노동조합이 만든 노보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4월호 노보 표지에 KBS 5부작 '뉴라이트의 이승만 부활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기획 김인규, 연출 길환영(당시 부사장)'이라고 보도했다. 6월 9일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친일·독재 찬양 방송 저지 비상대책위'라고 밝힌 주최 측 20여 명은 '독재자 이승만·친일파 백선엽 찬양 방송 중단하라'라는 대형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시위를 벌였다.

이날부터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는 일요일·공휴일에도 빠짐없이 매일 한두 명씩 이승만 다큐물을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이른바 릴레이 시위를 9월 27일까지 100일 넘게 계속했다. 7월 25일에는 프레스센터에서 이승만 대통령과 필자의 사진을 좌우에 넣고 '친일 비호 독재자 이승만 미화 방송 강행 KBS 규탄 기자회견 및 김인규 사장 퇴진 촉구 2차 거리 서명 선포식'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30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승만 다큐물 제작 중단에서 사장 퇴진으로 투쟁 수위를 높였다.

가급적 논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한 자문위원회의 활동으로 당초 8월 중 5부작 프로그램이 9월 말 3부작으로 축소돼 방송됐다. 28일 '개화와 독립' 29일 '건국과 분단' 30일 '6·25와 4·19'로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영방송 KBS는 공정한 뉴스는 물론 스포츠 중계와 다큐멘터리 제작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만이 '생존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인규 한국장애인재활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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