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전기차 보조금' 한미 FTA 규정 위반하지 말아야

2022. 8. 1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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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17일부터 시행한 것은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 이 법은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7500달러까지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과 기아 EV6 등 한국에서 생산돼 수출되는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한미 FTA에는 "국내 상품에 부여하는 대우보다 외국 상품을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된다"는 '내국인 대우 의무 규정'이 명시돼 있다. 미국 차에만 보조금을 주고 한국 차에 지급하지 않는다면 그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 또 한미 FTA에는 "다른 나라 상품이나 투자자에게 부여한 우대 조치를 FTA 체결국에도 부여해야 한다"는 '최혜국 대우 조항'이 명시돼 있다. 북미 지역의 캐나다와 멕시코 등에만 보조금 혜택을 주고 한국 자동차를 배제한다면 이 조항에도 저촉된다고 봐야 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총수에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려 하자 미국은 한미 FTA 규정을 들어 크게 반발했다.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는 총수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한국GM의 대주주인 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는 것은 '최혜국 대우' 위반이라는 주장이었다. 결국 외국인을 대기업집단 총수로 지정하려던 공정위 계획은 철회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미국이 한미 FTA 규정을 버젓이 위반하면서 한국 차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들어 7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을 4만대 가까이 끌어올리며 시장 점유율도 2위까지 뛰어올랐다. 이런 한국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미국 소비자들의 손해와 불만도 작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 패권 전쟁 중인 미국이 전기차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다가 한국 등 동맹국과 통상 갈등을 빚는 것은 서로 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한미 FTA 규정에 저촉되지 않도록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을 전면 재조정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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