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일촉즉발 대만해협 위기, 이번은 다르다

박영서 2022. 8. 19. 00: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고 있다. 1995~1996년 3차 대만해협 위기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제 미군을 위협할 정도로 강해져 대만 침공이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게 됐다. 그때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할 것인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행이 한국에 안긴 숙제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없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 8월 4~7일 나흘 동안 대만 북부, 동북, 북서, 동부, 남서, 동남 등 6개 해역과 영공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다. 계기는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타 죽을 것이다(玩火自焚)"는 경고발언과 함께 무력행사를 감행했다.

대만을 온통 포위하면서 벌인 훈련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방사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고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미사일이 대거 발사됐다. 중국판 스텔스기 '젠-20', '훙-6K' 폭격기, 052D형 구축함 외에도 '비장의 무기'라 할 수 있는 둥펑(東風·DF)-17 극초음속 미사일도 동원됐다.

탄도미사일 일부는 수도 타이베이(台北), 남부의 제2도시 가오슝(高雄), 중부의 제3도시 타이중(台中) 상공을 통과해 대만 동쪽 해역에 떨어졌다. 또한 5발의 탄도미사일을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쪽에 떨어뜨려 일본에게도 경고장을 날렸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심각하다'고 말하는 것은 '대만해협 중간선'을 무효화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이었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5년 미국 공군 장군인 벤자민 데이비스가 대만해협 중간을 그은 경계선이다. 그의 이름을 따 '데이비스 라인'으로도 불린다. 중국과 대만 간 실질적인 경계선이다. 한국으로 치면 6·25전쟁 전 38도선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예전만 해도 중국의 전투기와 군함이 이 중간선을 넘는 일은 드물었다. 그만큼 대만해협 정세를 안정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 훈련에서 상당수의 중국 전투기와 군함이 중간선을 넘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서 66대의 중국 군용기가 동원됐고 그 중 22대는 중간선을 넘어 비행했다. 이에 대만군은 곧바로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기체 추적을 위한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가동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을 계기로 중간선이 앞으로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한다. 앞으로 중간선을 넘는 중국의 행위가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을 이를 통해 중간선을 무효화하면서 대만해협을 내륙해로 바꿔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만해협은 폭이 130-150km에 불과하다. 마하의 속도로 비행하는 중국 전투기들이 중간선을 넘으면 금세 타이페이를 비롯한 대만의 대도시 및 중요 군사기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 중간선을 넘으면 대만도 전투기를 출격시킬 것이고, 그러면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한층 커질 것이다. 대만해협의 긴장은 필연적으로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4단계 전쟁 시나리오

이번 중국의 군사훈련은 중국의 여러가지 대만 무력침공 시나리오 중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대만을 포위해 고립시켜 큰 무력 충돌 없이도 대만을 장악한다는 구상이다. 앞으로도 인민해방군의 예행연습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대만을 접수해 통일을 할 것인가. 대략 네 단계 시나리오가 점쳐진다.

첫 단계는 대만 봉쇄다. 중국은 군사훈련을 구실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해군 함정을 집결시킴으로써 대만을 고립시킬 수 있다. 대만해협은 가장 분주한 해상물류 항로 중 하나다. 대만으로 향하는 항공기가 통제되고 선박 출입도 제한되면 대만은 곤경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에너지난이 심각해질 것이다. 세계 반도체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대만이 봉쇄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서방에 상기시킴으로써 서방이 대만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단념시키는 목적도 크다.

두번째 단계는 중국 본토와 근접해 있는 진먼다오(金門島)와 마주(馬祖)열도 침공이다. 미국의 결의를 시험하기 위해 중국은 대포와 미사일을 퍼부어 이 섬들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접수할 수 있다. 실제로 진먼다오는 과거 양안(兩岸) 간 포격전의 무대가 된 지역이기도 하다.

세번째 단계는 대만 본토에 대한 제한된 공습 및 미사일 공격이다. 본격적인 전쟁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대만을 패닉으로 몰아넣기 위해 중국은 해안방어진지, 레이더 기지, 비행장 등에 대해 제한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네번째 단계는 본격적인 대만침공이다. 미국의 지원병력이 도달하는 시간인 48시간 내에 승부를 내는 속전속결이다. 사이버 공격으로 지휘통제 계통을 마비시키는 동시에 육전대가 상륙해 수도 타이페이를 향해 진군함으로써 외국군이 개입하기 전에 대만 제압을 완료하는 것이다.

◇시진핑, 언제 결정할 것인가

시진핑 주석은 "대만을 해방시키는 과업을 다음 세대로 미뤄선 안 된다"고 거듭 말해왔다. 이를 위해 중국 공산당은 숨가쁘게 달려왔다. 대만해협에서 미국 항모타격단을 압도할 전투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고 성과를 내고 있다. 이제 그가 언제쯤 이 '과업'을 시도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지난 3월, 당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 필립 데이비슨은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대만은 분명히 중국의 야망 중 하나다. 앞으로 10년 안에 위협이 명백해질 것이다. 사실 앞으로 6년내 중국이 대만이 침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부(CIA) 국장도 지난 7월 미국에서 열린 안보포럼에 참석해 "대만에 대한 무력침공을 중국은 이미 결심했다"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가 고전을 겪고 있는 러시아의 상황이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행동 손익 계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과 관련해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 중 예의주시해야 할 시기가 있다. 우선 2024년 대만 침공설이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처음 방문한 직후인 8월 4일 폭스뉴스는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 올 가을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와 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사이의 기간이 특히 '위험한' 시기"라고 전했다.

올 가을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면 이후 중국의 대만 침공은 기정사실화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미 대선 전에 침공을 감행할 확률이 높아진다.

2027년 침공설도 유력하다. 이 시기가 되면 중국은 대만 침공에 필요한 능력을 충분히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해군의 전력이 인도·태평양에서 미국 해군을 압도하는 것이다. 또한 2027년은 이번에 연임이 확실한 시진핑 주석의 세 번째 임기가 끝나는 해이자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세 번의 임기를 역임한 '위대한 지도자'로서 위대한 업적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에도 남일 아니다

중국이 대만 침공을 감행한다면 이는 한국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전쟁이 터지면 대만 주변 해역은 봉쇄될 것이다. 대만해협은 원유와 상품 수송로의 주요 요충지다. 이 곳이 막히면 한국 경제는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제적 충격 못지않게 우리의 안보도 흔들릴 공산이 크다. 미국은 군사개입에 나설 것이 틀림 없다. 이때 미국은 일단 일본 오키나와와 괌에 있는 미군기지를 활용할 것이다. 이어 주한 미군기지의 병력도 차출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대만의 비상사태는 한국에게도 비상사태다. 우리는 이를 직시해야 한다. 이제 시진핑의 중국은 26년 전 미군의 압도적 무력에 무릎을 꿇었던 나라가 아니다. 과거와는 달라졌다.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야 한다. 우리의 국운을 결정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 듯 하다. 논설위원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