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점거' 하이트진로 노조의 속내 "방법 옳다고 할 순 없지만.."

지난 16일부터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열린 ‘고공농성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입구를 확보한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점거 농성에 쓸 물건들을 건물 안으로 반입하고 있다. 현장 CCTV 화면 캡처

노조 지회장 "우리 소리를 알아주십사

대화로 풀어가고자 하는 절실한 방법”

‘인화물질’ 지적에는 “명확하지 않다”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에 나선 민주노총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측은 옥상점거 등의 투쟁 방식에 대해 “사실상 방법이 옳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다”는 18일 입장을 밝혔다.

박수동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지회장은 이날 오후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전화인터뷰에서 “그래도 저희의 소리를 국민들이 알아주십사, 그리고 사측이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십사, 대화로서 풀어나가고자 하는 절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투쟁 방식에 대해 통행 불편 문제 등 노조 측에 반감이 나올 수 있는 역효과 우려에 대해 “우선 시민 분들과 주민 분들에게 피해를 끼쳐드린 점은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박 지회장은 “하지만 저희 화물노동자들도 사람답게 살기 위해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고 힘없는 노동자들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라며 “이런 부분에 있어서 시민들과 국민에게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양해의 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박 지회장은 이날 정부가 이번 농성에 대해 공권력 투입 등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방송에서 진행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파업에 대해 대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지만, 법과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며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공권력 투입을 예정한 의미라고 보는 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지회장은 ‘공권력 투입 시 화물연대 측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말해 공권력이 투입이 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냐”며 “정부의 역할이 국민을 보호하는 것인데, 공권력이 투입이 된다는 것 자체가 저희 화물노동자들을 국민으로 여기지 않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아울러 한국노총 출신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 역할을 호소하는 입장도 드러냈다. 박 지회장은 ‘노동부 장관도 한국노총에 오래 있던 노동전문가 출신인데 뭔가 노동자들을 이해해 줄 것으로 기대했는가’란 질문에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고, 노동부 장관조차도 중재나 어떠한 조치도 없는 것에 유감스럽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경찰의 과잉진압이 아닌 대화를 할 수 있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앞서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는 지난 16일 오전 6시 10분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사옥을 불법점거해 농성에 나섰다. 일부 노조원은 옥상으로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며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담은 현수막을 건물에 걸었다. 노조 측은 운송료 현실화와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 계약해지로 사실상 해고 당한 조합원 130여 명의 복직 등을 요구하며 이번 농성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농성에 나선 일부 노조원들이 인화물질까지 반입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박 지회장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박 지회장은 이날 “인화물질에 대해서는 저희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확인된 바가 없다”며 “전광판 옥외에 있는 저희 조합원들이 인화물질을 사실상 가지고 올라갔는지에 대해서도 조합원들 사이에서 아는 바가 없고, 그 부분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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