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펠로시發 양안 위기 고조
발끈한 中 대만 봉쇄 훈련 단행
美와 군사 소통 채널까지 차단
美·中 우발적 충돌 가능성 커져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 25주를 넘어선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상대로 점차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서방의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미국과 서방의 군사적 지원을 바탕으로 남부 헤르손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본격화된 상황이다. 또한, 최근 크림반도 내 러시아 공군기지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와 관련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최근의 전황 및 서방의 평가가 지니는 의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1박2일 일정으로 8월2일 대만을 방문했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1997년 깅그리치 당시 하원의장의 방문 이후 25년 만에 성사된 최고위급 미국 정치인의 대만 방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펠로시 의장은 방문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에 직면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자신의 방문을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공약”에 따른 것으로 규정했다. 펠로시 의장에 이어서 미 의회 대표단도 이틀 일정으로 8월14일 대만을 방문했다. 이러한 일련의 방문은 미 의회 내에 형성된 대만 안보에 대한 초당파적 공약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그 후폭풍이 커졌다. 특히 중국군은 8월4일부터 6개 구역의 해역과 공역에서 대만을 봉쇄하는 방식으로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단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중국군 함정과 전투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빈번하게 침범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나아가 중국 본토에서 발사된 둥펑(DF) 계열 미사일이 대만 영공을 통과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군사훈련은 대만 유사시 미 군사력 등 지원병력의 유입 차단과 대만 주요 항구 봉쇄 등 목적을 지니는 동시에 대만해협 중간선의 무력화 등 양안관계에서 ‘뉴노멀’을 설정하려는 의도를 보여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과의 군사적 소통 채널을 차단하면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커졌다. 또한 대만을 사실상 주권국가로 인정하면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 편입시키겠다는 내용을 담은 ’2022 대만정책법안‘이 상원에서 발의되며 미·중 갈등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대만 안보에 대한 공약을 확인하는 외교·군사적 조치를 단행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방안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미국의 향후 대응이 대만을 둘러싼 미·중의 갈등 구도에 어떠한 영향을 초래할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대만해협의 위기가 한반도 안보와 밀접히 연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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