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엽의고전나들이] 2등의 몫

2022. 8. 18. 23:0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삼국유사'의 탑상(塔像) 편에는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이라는 두 친구가 나온다.

달달박박은 미타불을 모시며 지냈고 노힐부득은 미륵불을 모시며 지냈다.

한편, 달달박박은 자신은 몸을 깨끗이 지켜냈지만 노힐부득은 계율을 어겼을 거라 확신하며 그를 비웃어줄 요량으로 부득이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노힐부득은 남은 목욕통의 물로 달달박박도 목욕을 하도록 했고 달달박박이 목욕을 하자 그는 미타불이 되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국유사’의 탑상(塔像) 편에는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이라는 두 친구가 나온다. 둘은 속세에 초연하여 나이 스물에 속세에 뜻을 접고 출가하여 각기 다른 곳에 자리 잡고 수도하였다. 달달박박은 미타불을 모시며 지냈고 노힐부득은 미륵불을 모시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리따운 여인이 달달박박을 찾아와서 하루 묵어가기를 청했다. 그러자 박박은 절은 깨끗함을 지키는 곳이라며 빨리 떠나라고 이르고는 문을 닫고 들어갔다.

이 여인은 곧장 노힐부득에게 갔다. 부득은 이곳이 여자와 함께 있을 곳은 아니지만 중생의 뜻을 따르는 것이 보살행(菩薩行)의 하나라며 묵어가기를 허락했다. 부득은 여인을 들이고는 고요히 염불을 하며 밤을 보냈다. 날이 샐 무렵 여인은 자신에게 출산할 기미가 있으니 짚자리를 깔아달라고 했다. 부득이 그대로 하자 해산 후에 목욕을 시켜달라고 했다. 부득이 목욕통을 준비하여 더운 물로 여인을 씻기자 통 속에서 향기가 나며 물이 금빛으로 변했다. 여인은 부득도 함께 목욕할 것을 청했고, 그가 마지못해 그렇게 하자 피부가 금빛으로 변하고 그 옆에 연화대(蓮花臺)가 생겼다. 여인은 부득이 그 위에 앉기를 권했다.

한편, 달달박박은 자신은 몸을 깨끗이 지켜냈지만 노힐부득은 계율을 어겼을 거라 확신하며 그를 비웃어줄 요량으로 부득이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그랬더니 부득은 연화대 위에 앉아서 미륵불이 되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부득이 그간의 연유를 말해주자, 박박은 그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쳤다. 노힐부득은 남은 목욕통의 물로 달달박박도 목욕을 하도록 했고 달달박박이 목욕을 하자 그는 미타불이 되었다.

이야기 속 두 친구의 승패는 분명하다. 노힐부득이 이겼고 달달박박은 졌다. 불교의 관점에서는 미륵불과 미타불의 승패로 읽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관점은 불쌍한 중생을 위하는 마음이 어느 쪽에 더 있느냐 하는 구원의 본질에 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본다면, 과정이 어떻든간에 결국 공동의 승리로 귀결된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비록 달달박박이 고지식하기는 해도 몸을 깨끗이 지켜내려 했던 진실은 분명하며, 나중에 뉘우침으로써 그 기회를 아주 잃게 하지는 않는 미덕을 보인 것이다. 우리네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지지만, 2등의 몫 또한 소홀히 하지 않을 때 1등의 진면목이 도리어 드러나는 것 같다.

이강엽 대구교대 교수·고전문학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