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하이트진로 본사 불법 점거 이어 시민 통행도 볼모 잡고 "운임 올려라"
손배 청구·업무방해 가처분 신청도 철회 요구
하이트진로 "계약 당사자는 수양물류.. 화물연대 주장 사실과 달라"
하이트진로 본사 앞 영동대로, 파업에 출근 시간대 보다 4배 막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산하 본부인 화물연대가 18일 서울 강남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운임 인상 등을 놓고 파업 중인 하이트진로의 위탁물류 운송사 수양물류 소속 조합원 일부가 본사를 불법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지 이틀 만에 민주노총이 본사 앞 인도와 도로까지 점거하며 지원 농성에 나선 것이다.
◇ 강남 한복판 점거한 민주노총 “운송료 올려 달라” 하이트진로 “계약 당사자는 수양물류”
하이트진로와 경찰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조합원 10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앞 인도와 영동대로 3개 차로를 점거하고 ‘고공농성투쟁 승리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하이트진로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으로 ‘노조 파괴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파업 중인 하이트진로 위탁 운송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들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화물연대 노조원들은 지난 6월 초부터 운임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회사의 소주 생산 기지인 이천·청주 공장 앞에서 화물차 등을 불법 주차해 도로를 점거하며 농성을 시작했고, 지난 2일부터는 맥주가 생산되는 강원 홍천 공장 일대에서도 파업을 진행 중이다.
파업 화물차주들은 ▲운송료 30% 인상 ▲공병 운임 인상 ▲차량 광고비 지급 등을 요구해오다 최근 들어서는 ▲사측의 조합원 계약 해지 철회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철회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 철회 등도 촉구하고 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15년전 임금을 그대로 받는 것도 모자라 27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물리고 노조를 포기하면 손해배상을 철회해 주겠다는 하이트진로에 굴복할 수 있겠냐”고 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본부장도 “우리의 요구는 그렇게 강한 게 아니다. 오르는 기름값에 물가에 운송료를 조금 올려 달라는 것”이라면서 “그 요구에 화답이 없자 전면 파업에 돌입했고, 그러자 132명 전원에 대한 계약을 해지했다”고 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회사가 수양물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파업 중인 조합원들과의 계약 당사자는 수양물류이므로 운임 인상과 계약 해지 철회에 대한 논의는 수양물류가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철회와 가처분 신청 철회 요구 역시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화물연대 측이 주장하는 130여명의 집단해고, 계약 해지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수양물류는 업무를 전혀 이행할 의사가 없는 협력운송사 1개 업체와 불법행위 적극가담자 12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지만, 다른 차주에 대해서는 계약을 해지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고 했다.
또 ‘15년 전과 이송단가가 동일하다’는 화물연대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수양물류는 유가연동제 적용 당시 화물차주들과의 협의를 통해 원가 분석을 한 뒤 유류비(45%)와 유류비 외 비용(55%)으로 이송단가를 구성했으며, 유류비는 유가 변동에 맞춰 분기마다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양물류의 올해 이송단가는 지난해 대비 22.4% 인상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철회와 가처분 신청 철회 요구에 대해서도 “회사의 손해가 발생한 것이 확인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 대규모 시위에 교통 차질… 하이트진로 본사 앞 지나는데 출근 시간대 대비 4배 들어
이날 민주노총의 대규모 시위로 교통 차질이 빚어지면서 이 구간을 지나는 시민들은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 60대 여성은 “버스가 곧 온다고 하는데 10분이 넘게 오지 않고 있다”면서 “자주 오가는 곳인데 이렇게 복잡한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택시를 운행하는 이모(60)씨는 “이 앞이 유턴 구간인데 시위로 도로가 좁아지면서 통행이 어려워졌다. 차량이 오도 가도 못하고 있으니 성질을 내는 손님도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농성이 한창이던 오후 2시 30분쯤 봉은사역에서부터 하이트진로 본사 앞을 지나 영동대교 남단 교차로까지 1.3㎞가량을 차로 이동하는 데 12분가량이 걸렸다. 출근 시간대 3분 정도 걸리는 것과 비교해도 4배가량 지체된 것이다. 이날 교통 통제는 집회 현장이 정리된 오후 5시가 다 돼서야 정상화됐다.
본사를 불법 점거 당한 하이트진로 직원들도 농성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 40여명이 지난 16일부터 본사 1층을 점거하고 있고, 다른 조합원 10여명은 옥상을 점거하고 광고탑에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중 일부가 인화성 물질인 시너를 반입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투신을 경고하기도 한 만큼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인화성 물질 문제 등을 포함해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직원들이 교대로 1층 로비에 있는 출입 게이트와 엘리베이터, 비상구 등을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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