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해결, 외교 노력 고려를"..외교부, 대법에 '판결 보류' 의견서
심리 열어 '시간 끌기' 의도
피해자 측 "재판 개입" 반발
외교부가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의 자산 강제 매각을 심리하는 대법원 재판부에 ‘외교적 노력을 고려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측은 ‘판결을 보류해달라는 재판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피해자 지원단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18일 공개한 외교부 의견서를 보면 “정부는 강제 징용 문제 관련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조속히 모색하기 위해 외교장관 회담 등 각급에서 긴밀한 외교협의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며 “사안의 향후 일정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다각적인 외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 의견서는 외교부가 대법원에 지난달 26일 제출한 것이다.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가 미쓰비시의 국내 자산 압류·매각을 위해 제기한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강제 매각) 명령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외교부는 피해자 측의 요청에도 의견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의견서에서 “원고 측 법률대리인 및 지원단체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로 구성한 민관협의회를 발족해 현재까지 2차례 회의를 개최했다”며 “지난 7월18일 개최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우리 측은 원고 측 입장을 포함해 민관협의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들을 일본 측에 충실히 전달하면서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한 바 있다”고 적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명시적 표현은 없지만 사실상 재판부에 판결을 보류해 달라는 취지”라며 “일본과의 관계 회복에만 급급해 일방적이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재판부에 시간을 달라고 재촉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피해자의 권리 실현이 임박해진 마당에 끼어들어 재판 절차를 미뤄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과 11월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각각 강제동원 피해자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미쓰비시가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자 법원은 미쓰비시가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국내에 보유하던 특허권과 상표권 압류를 결정했다. 이를 매각하는 특별현금화에 미쓰비시가 불복해 대법원이 심리 중이다.
재판부가 구체적인 내용을 따지지 않고 심리를 끝내는 ‘심리불속행 기각’을 할 수 있는 기간은 사건 접수 4개월이 되는 19일까지다. 만약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이 나오면 강제 매각이 진행된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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