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식수 갈등 파국..대구 "협정 파기"
13년 분쟁 끝에 협정 맺었지만
김장호 구미시장 취임 후 원점
홍준표 대구시장 "협상 끝나"
안동댐 상수원 대안으로 추진
18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는 지난 17일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 이용을 골자로 하는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 협정'을 해지했다. 구미시와 더 이상 취수원 이전 문제를 협의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협정 체결 기관인 국무조정실과 환경부, 경북도, 구미시, 한국수자원공사 등 5곳에 협정 해지 공문을 보냈다. 대구시는 협정서 제6조 '각 기관이 합당한 이유 없이 협정 내용과 세부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협정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해지 사유로 들었다.
지난 4월 체결된 협정은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일평균 30만t을 추가 취수해 대구·경북에 공급하고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구미시에 매년 100억원을 지원하는 한편, 구미국가산업5단지 입주업종 확대 등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로 새로 부임한 김장호 구미시장이 "지난 정부에서 체결한 협정서는 당초 시민 동의를 거치기로 한 협의 정신을 위반하고 구미 시민이나 시의회 동의 없이 체결됐기 때문에 형식적 합의에 불과하다"며 재검토 입장을 밝혀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 취수원의 구미 이전에 반대하는 구미시를 향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고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해 구미시와 협상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대구시는 구미시와 협상이 무산된 만큼 향후 구미5산단 유치 업종 변경·확대에 따른 동의 여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필요한 경우 후속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대구시는 1급수인 안동댐 물을 도수관을 통해 영천댐이나 운문댐으로 공급해 상수원으로 활용하는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안동댐·임하댐에서 영천댐·운문댐까지 약 147㎞ 길이 도수관로를 연결하는 것으로, 사업비는 1조4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대구시는 안동시와 실무 협상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대구시와 구미시의 취수원 논쟁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발암물질인 '1.4-다이옥신'이 구미산단에서 낙동강으로 유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구 시민들의 식수 불안은 1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협정이 파기되자 구미시는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구미시는 이날 성명을 내고 "홍준표 대구시장 행보를 살펴보면 애초부터 권영진 전 대구시장이 합의한 내용을 이행할 의도가 없다는 의구심이 든다"며 "홍 시장이 취수원을 이용해 구미를 압박하는 것은 규제개혁위원회 방침에 역행하는 처사로 구미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기업인들을 위축시키고 건전한 지방 투자를 저해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갈등이 확산되자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입장문을 내고 "대구·경북협의체를 구성해 주민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소통하고 정부와도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며 "정부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대구시와 구미시 갈등은 울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 정부에서 대구 취수원 이전에 합의할 당시 울산은 경북 청도 운문댐 물을 식수로 공급받기로 했다. 이에 울산은 식수댐인 사연댐 수위를 낮춰 댐 상류에 있는 국보 반구대암각화 침수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대구와 구미가 갈등을 빚으면서 이 같은 방안은 불투명해졌다.
더욱이 김두겸 울산시장은 운문댐에서 공급되는 수량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울산 지역 맑은 물 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없으면 사연댐 수위를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경북 물 문제가 국보 보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대구 = 우성덕 기자 /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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