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윤'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 살아있는 권력 수사 가능한가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으로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지명됐다. 이 총장 내정자는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사다. 현 정권의 사실상 2인자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장관, 이 내정자를 두고 ‘한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말할 정도이다. 대통령·법무장관과 밀착한 검찰총장이 과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
이 내정자는 2017년 국정농단 특검 당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직접 조사한 대표적 ‘특수통’이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지낼 때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보좌하고, 윤 대통령 취임 후에는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아왔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18일 이 내정자 인선을 발표하며 “균형 잡힌 시각으로 검찰을 잘 이끌어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경력과 성향에 비춰볼 때 균형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최근까지도 검찰 안팎에서 그의 ‘친윤’ 성향이 약점으로 작용해 총장 지명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있었던 점도 이를 방증한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이런 관측을 뒤엎고 검찰 직할체제 구축의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이 내정자의 문제는 ‘친윤’이라는 데만 있지 않다. 이 내정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재직 중 법조비리 사건인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하며 법원행정처에 수사기밀을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은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됐던 신광렬 전 판사 등의 1·2심 판결문에서 드러난다. 판결문을 보면, 이 내정자는 2016년 5~9월 당시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과 40여차례 통화하며 정운호 게이트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 청구 정보 등을 전달한 것으로 나온다. 이 내정자의 수사기밀 유출 의혹은 신 전 판사 등의 재판에서도 거론된 바 있다. 피고인들은 이 내정자를 재판의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검찰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 내정자는 “법원의 자체 감찰과 징계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설명했을 뿐 수사내용을 유출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총장은 국회 인사청문절차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 국회는 이 내정자가 검찰의 독립을 수호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더욱이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등장하고,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도 힘을 잃어가는 상황이다. 이 내정자에 대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배경이다. 이 내정자 스스로도 ‘살아있는 권력’까지 엄정하게 수사함으로써 ‘식물 총장’ 우려를 불식할 자신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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