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미지의 습격.. 눈 마주치지마라
아버지 죽게 한 미확인 비행물체
카메라 담으려는 흑인 남매 사투
찍히는 주체서 찍는 주체로 변모
'겟아웃' '어스' 조던 필 메가폰
관심이 권력.. 비극마저 가십으로
스펙터클 중독 미디어산업 비판
비교적 간단하고 익숙한 플롯이지만, 이 영화를 읽는 것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5장으로 구성된 영화는 여러 이야기가 퍼즐 조각처럼 이리저리 흩어지고, 겹겹이 쌓였다. 촘촘한 서스펜스 속에는 쇼비즈니스 산업, 인간의 오만함, 동물권 등 송곳 같은 메시지가 묻혀 있다.
◆잊혀진 최초의 배우
‘놉’은 영화의 시초로 불리는 ‘움직이는 말(1878·에드워드 마이브리지)’로 시작한다. 흑인 기수가 말을 타는 모습을 이어붙인 이 짧은 활동사진은 오프닝을 포함한 작품 곳곳에 배치됐다. 이 영화가 감독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백인 주류사회를 꼬집는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짐작게 한다.
“이 흑인 기수 이름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요.” 사진을 찍은 사람은 물론 말의 이름까지 기록됐지만 주인공인 흑인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고 에메랄드는 말한다. 그는 사진 속 기수가 자신의 현조부(玄祖父)라며, 대대로 할리우드(Hollywood)에 말을 공급해온 헤이우드(Haywood) 가문은 영화 산업과 궤를 같이했다고 강조한다.
영화 산업은 흑인 역사를 지웠지만 헤이우드 남매는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간다. 이 흑인 남매는 백인 남성 중심 사회를 상징하는 미 서부를 배경으로 미지 생명체 ‘그것’을 카메라에 담으며, 찍히는 존재에서 찍는 주체로 변모한다. 더욱이 디지털카메라로도 촬영할 수 없던 ‘그것’을 초기 영화처럼 활동사진 형태로 담아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 말미 감독은 말을 탄 OJ 모습을 통해 ‘움직이는 말’ 흑인 기수를 오마주하며, 영화사에 지워지고 왜곡된 흑인에 대한 복권을 시도한다.
◆스펙터클 중독된 미디어 산업
감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영화관을 되살릴 스펙터클(볼거리)을 구상하던 중 “왜 우리는 이렇게 스펙터클에 집착하는가”라는 자조를 품게 됐다. 비극마저 구경거리·오락거리로 소비하는 영상 산업에 대한 고민은 작품 속 OJ 입을 통해 ‘나쁜 기적’으로 일컬어졌다. 괴생명체 모습이 카메라 렌즈를 연상케 하는 것 역시 관심이 곧 권력이 되는 현실을 암시한다.
감독은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해 스펙터클에 중독된 사람들이라 정의한다. 헤이우드 남매는 ‘오프라 쇼’ 출연을 꿈꾸며 진 재킷을 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며, 촬영감독 앤틀러스는 콘텐츠를 기록하는 행위 자체에 광적으로 빠져 있다. 스포트라이트처럼 빛나는 헬멧을 쓴 방송국 관계자 역시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카메라로 영상을 찍어 달라 부탁한다.
특히 ‘놉’의 한 축을 담당하는 리키 주프 박(스티븐 연)은 상업주의에 빠진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인물. 그는 아역 배우 시절 끔찍한 사고에서 살아남았다. 시트콤에 함께 출연하던 침팬지 고디가 맹수로 돌변해 많은 이들을 공격한 참사였지만, 이는 코미디쇼 ‘SNL’에서 패러디되며 다시 비즈니스로 활용됐다. 이는 어린 주프에게 죽음조차 비껴가는 ‘선택받은 자’라는 잘못된 자의식을 심었고, 그는 과거를 전시하거나 말을 희생양 삼아 괴생명체를 소환하는 기묘한 쇼비즈니스를 펼친다. 주프의 모습은 영화에 인용된 나훔서 3장6절(‘내가 또 가증하고 더러운 것들을 네 위에 던져 능욕하여 너를 구경거리가 되게 하리니’)과 겹치며 할리우드가 확장해온 무분별한 스펙터클을 풍자한다. “거대하고, 포악하고, 주목받기를 원하는” 그것의 본질을 깨달은 OJ는 말한다. “보지 마!”
‘놉’은 공포 영화로는 처음으로 아이맥스(IMAX) 카메라로 촬영됐다. ‘인터스텔라’, ‘테넷’ 등을 촬영한 호이트 반 호이테마 촬영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좁고 폐쇄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여타 영화와는 달리 관객 시선을 광활한 대지와 하늘로 확장해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을 배가했다. 특히 구름 사이에 숨어 날아다니는 비행물체와 이를 피해 말을 타고 내달리는 주인공의 질주를 독특한 구도로 담아내며 몰입감을 높인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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