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증언] 홍춘호 할머니 "4·3으로 망가진 삶"
[KBS 제주] [앵커]
4·3의 역사를 기록하는 KBS 연속기획 일흔 한 번째 순서입니다.
홍춘호 할머니는 4·3 당시 학살을 피해 산에서 숨어지내다 동생들이 굶어 죽는 비참한 상황을 경험했고, 이어 아버지도 고문 후유증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유용두, 강재윤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홍춘호/4·3 희생자 유족 : "(동광리) 무등이왓은 큰 마을이었죠. 그때 약 150호 살았으니까. 남동생 셋, 우리 사촌 언니, 엄마, 아빠 이렇게 같이 살았죠. 우리는 먹고살 만했어요. 옛날에 먹는 것은 귀한 것 몰랐어요, 4·3사건 전에는."]
[홍춘호/4·3 희생자 유족 : "(소개령 내려지니까) 내려간 사람들은 해안으로 내려가고, 안 내려간 사람들도 많았어. 계엄령 내리니까 안 내려간 사람은 다 폭도가 돼버린 거야. 안 내려간 사람은 무조건 폭도야. 그다음부터는 토벌대 와서 들키면 다 쏘아버렸지."]
[홍춘호/4·3 희생자 유족 : "굴 속에서 다섯 달 동안 숨어 살면서 안 살아본 사람은 모를 정도로 고생 많이 했어요. 한 군데 숨기면 한 번에 식구가 다 죽을까 봐 우리 어머니하고 동생하고, 아기 울음소리에 토벌대 오면 들킬까 봐 아기하고 엄마는 따로 숨기고, 나하고 동생 둘하고 우리 사촌 언니는 (따로 숨고). (망 보러 가던) 아버지가 우리 달래서 가만있으라고 하면 데리러 올 때까지 숲 속에 가만 숨어 있어야 해. 아버지가 데리러 오면 오늘은 살아서 아버지 보는구나. 숨을 데도 더 없고 겨울 돼가니까 나뭇잎 다 떨어지고 눈도 오고 하니 나중에는 큰넓궤로 갔지. 거기는 삼박구석 사람들이 다 정착해서 살고 있었어요. 무등이왓 사람들 오니까 안으로 가서 숨으라고 했어요. 우리는 큰넓궤에서 거의 50일 산 것 같아요. (남동생들) 굴 속에서 굶어 죽었어요. 먹지 못해서 막 말라서, 먹지 못해 죽은 거예요."]
[홍춘호/4·3 희생자 유족 : "우리는 미오름에서 거의 3월까지 살았어요. 우리 아버지가 어두운데 (유인물) 주워서 보니까 이제는 계엄령 해제되고 하니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은 내려오면 살려줄테니 내려오라고. 안덕지서에서 주먹밥 하루 하나 주면 그것 먹으면서 거기서 한 일주일 살다가 나오라고 해서 우린 나왔어요. 나와 보니까 옆 방에 있던 사람들은 어느 때 불러다 다 죽여 버렸는지 없어요. (서귀포)단추공장에서 5~6개월 사는데 거기서는 죽지 않을 거니까 아주 배고팠어요. 거기 가보니 우리 남제주군 사람들은 다 거기 모였어요."]
[홍춘호/4·3 희생자 유족 : "가을 되니 석방을 했지, 석방하니 갈 데가 있어요? 남의 집 헛간, 소똥 같은 것, 말똥 같은 것 주워서 방을 떼는 (곳에 살았죠.) 나 14살 되는 해에 우리 아버지가 그때 40살이니까 내려가서 고문을 많이 받았어요. 폭도들한테 연락병 했냐, 안 했다고 하면 바른말 하라고. 많이 여위고 약해졌는데 너무 고문을 받으니까. 성담 지키러 갔다가 같이 지키는 사람이 우리 아버지를 부축해 왔어요. 보니까 아버지가 그냥 다 죽어가고 있었어요. 병원에도 가보지 못하고 엿새째 되는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아버지가 남의 일이라도 해서 쌀 받아다 조금씩 먹고살았는데 나 14살이고 (갓 태어난) 동생은 아기일 때니까 기가 막히게 살았어요. 생각해 보면 지금 사람 같으면 나도 못 살 건데, 우리 어머니 우리 데리고 산 것 보면."]
[홍춘호/4·3 희생자 유족 : "4·3 없었으면 진짜 행복하게 살았을 거예요. 밭 같은 것, 농사짓는 것이고 우리 먹을 만큼 있고 동네 사람들 모두 평화롭게 살 것인데 4·3 때문에 동광도 다 망했지만 우리 집안은 완전 망했어요."]
유용두 기자 (yyd9212@kbs.co.kr)
강재윤 기자 (jaey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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