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 흔들..물가 폭등에 초저가 마트만 호황

김정남 2022. 8. 1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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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공룡들 '눈물의 재고떨이' 와중에
독일계 초저가 마트 알디·리들 고공행진
값 싸지만 질 좋은 식료품에 대거 몰려
돈 안 쓴다..미 7월 소비 '제자리걸음'

[버겐필드(미 뉴저지주)=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겐필드에 위치한 독일계 초저가 마트 ‘알디’(Aldi). 이른 오후에도 장 보려는 사람들로 꽤 붐볐다. 매장에서 만난 헬렌(42)씨는 이날 알디의 PB 상품인 0.5갤런(1갤런=3.785ℓ)짜리 유기농 우유 ‘심플리 네이처’를 카트에 담았다. 가격은 1개당 3.65달러(약 4800원). 헬렌씨는 “몇 달 전까지는 유명 브랜드인 ‘호라이즌’ 우유를 샀지만 지금은 PB 상품을 산다”며 “가격이 저렴한데도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디와 가까운 W 매장에서 호라이즌 우유의 가격은 6.39달러(약 8400원)였다. 차이는 2.74달러. 4개를 사면 한국 돈으로 1만4000원이 넘는 액수로 결코 작지 않은 차이다.

같은 날 알디 인근의 또 다른 초저가 마트 ‘리들’(Lidl)에는 매장 곳곳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식료품들’(suspiciously low priced groceries)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리들 관계자는 “고기, 채소, 과일 등의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고 했다. 얼추 둘러보니 30% 정도 더 쌌다. 통상 10달러 초반대에 살 수 있는 수박 한 통의 가격이 리들에서는 4.99달러에 불과했다.

미국 뉴저지주 버겐필드에 위치한 독일계 저가형 마트 ‘알디’(Aldi)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초저가 마트 알디·리들 고공행진

물가 폭등 시기에 초저가 마트 알디와 리들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유통의 상징인 월마트 등이 소비 위축 경고를 쏟아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류다. 야후파이낸스가 인용한 데이터 분석업체 칸타르의 집계를 보면, 지난달 10일까지 12주간 알디의 매출액은 이전 12주 대비 11.3% 급증했다. 리들의 경우 13.9% 늘었다. 미국 전역의 수퍼마켓 매출액이 0.1% 증가하는 동안 두 회사는 두자릿수 성장한 것이다. 그 사이 두 회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16%까지 상승했다. 식료품과 잡화 위주로 가성비 상품을 구성한 알디와 리들에 고객들이 몰린 셈이다.

칸타르의 프레이저 맥케빗 소매부문 책임자는 “식료품 가격이 기록적인 고점까지 폭등하면서 소비자들이 점점 PB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성공은 역설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각박하다는 얘기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월 대비 0.0%를 기록했다. 소비 규모가 전월과 비교해 늘지 않았다. 주유소(-1.8%), 자동차·부품(-1.6%), 의류·액세서리(-0.6%), 백화점(-0.5%) 등에서 소비가 크게 줄었다. 그 대신 온라인 판매(2.7%), 잡화점(1.5%) 등은 늘었다.

이는 물가 폭등기의 소비 패턴이라는 진단이 많다. 자유 소비재(없어도 상관없고 있으면 더 좋은 PC, 자동차, 레저 등과 관련한 상품) 등의 씀씀이는 줄이는 대신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아 생필품 위주로 구매하는 것이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CNBC와 만나 “인플레이션이 식료품 가격을 상승시키면서 부유한 가정도 가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유통 공룡들은 ‘눈물의 재고떨이’

알디와 리들뿐 아니다. 미국판 ‘천원숍’의 인기도 부쩍 상승하고 있다. 달러제너럴은 전체 1만8000여개 매장 중 2300곳에서 신선 농산물을 팔고 있는데, 이를 1만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달러제너럴의 버겐필드 매장에서 만난 앤드루씨는 “다른 대형마트는 너무 비싸서 이제는 식료품도 이곳에서 산다”고 말했다. 달러제너럴의 주가는 올해 들어 8.52% 상승했다. 월마트, 타깃, 로우스의 주가가 각각 3.55%, 24.41%, 15.71%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전통의 유통 강자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날 주요 유통업체인 타깃은 올해 2분기 39센트의 주당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72센트)의 절반 수준이다. 1년 전보다는 90% 가까이 떨어졌다. 사실상 어닝 쇼크라는 평가다. 이는 쌓이는 재고를 밀어내기 위한 ‘눈물의 재고떨이’로 인해 수익이 악화한 탓이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CEO는 “과잉 재고를 신속하게 처리했던 결정이 실적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월마트 역시 2분기 내내 재고를 털기 위한 역대급 할인 행사를 벌였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위치한 99센트 피자가게 앞에 고객들이 몰려 있다. (사진=AFP 제공)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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