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일괄적으로 변해버렸는데

한겨레 2022. 8. 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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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가 거의 주식일 정도로 패스트푸드를 좋아하고 프랜차이즈 매장을 애용하는 편이다.

프랜차이즈점에 갈 때 어느 순간부터 카운터의 점원들과 대화를 나눌 일이 없어졌다.

세상이 일괄적으로 변해버렸다.

클릭하면 파일이 열리고, 파일을 열고 편집하고 추출하고.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직관적으로 아는 것들이지만 인터페이스 개념조차 없는 노인을 상대로 교육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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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창]

서울 구로구에 있는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 김미영 기자

[삶의 창] 정대건 | 소설가·영화감독

햄버거가 거의 주식일 정도로 패스트푸드를 좋아하고 프랜차이즈 매장을 애용하는 편이다. 프랜차이즈점에 갈 때 어느 순간부터 카운터의 점원들과 대화를 나눌 일이 없어졌다. 예전 같으면 주문 뒤 점원에게 요청했을, 프렌치프라이의 소금을 빼고 제로콜라에 얼음을 빼는 일까지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 무인단말기)에서 주문할 수 있다. 추가적인 요청사항이 까탈스러워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사라지고 점원에게 말할 때보다 분명하게 전달되니 편리한 점도 있다. 하루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농인 가족들이 식사하는 풍경을 보면서, 그들은 키오스크 등장이 반가웠겠구나 싶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키오스크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한 추세다. 패스트푸드점이나 프랜차이즈 카페뿐 아니라 분식점에까지 키오스크가 들어섰다. 낯선 매장의 키오스크를 처음 사용할 때는 나도 불편하고 긴장한다. 금액권 바코드는 왜 이렇게 잘 찍히지 않는지, 분명히 ‘선택’을 눌렀는데 딜레이가 길어 주문이 제대로 들어간 것인지 알 수 없는 등 불편함이 많다. 사람들이 뒤에 줄을 서 있을 때는 빨리 주문을 완료해야 할 것처럼 눈치 보이고 겨우 결정을 다 했는데 함께 먹으면 어떠냐며 추천 메뉴까지 뜬다. 추천 메뉴가 싫어서 취소를 눌렀는데 지금까지 선택한 메뉴가 모두 취소되고 처음 화면으로 돌아가기까지 하면 다른 식당에 갈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세상이 일괄적으로 변해버렸다. ‘햄버거를 먹고 싶어서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20분 동안 키오스크와 씨름하다 결국 못 사먹은 어머니가 자식에게 “엄마 이제 끝났다”라며 울었다’는 인터넷 사연은 지난해 키오스크와 관련한 여러 논의를 이끌어낼 정도로 화제가 됐다. 새로운 문명에 소외된 사람의 설움을 여실히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일화였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서울 마포구에 생겼다는 한 패스트푸드점 사진과 함께 ‘No 노인 존’이라는 글을 봤다. 키오스크만 존재하고 손님을 접객하는 인원은 아예 한명도 보이지 않는 비대면 매장이었다. 젊은 사람들도 여기서는 주문 못 하겠다며 댓글을 달았다. 게다가 가게 내부 모든 문구가 영어로만 쓰여 있었다. pick up, counter, drink station. 아주 간단한 수준의 영단어라지만 눈높이에 따라선 다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디지털 소외 현상이라고 부른다. 디지털 소외 계층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인학교에서 수업한 적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영화 만들기’라는 이름의 수업이었으나 기본적인 촬영과 영상을 자르고 붙이는 스마트폰 기능을 배우는 수업에 가까웠다. 평소 시니어 인구와 접촉하며 생활할 일이 없던 나는 이 교육을 통해 나의 좁은 세상을 넓히고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클릭하면 파일이 열리고, 파일을 열고 편집하고 추출하고….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직관적으로 아는 것들이지만 인터페이스 개념조차 없는 노인을 상대로 교육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모든 인터페이스와 용어가 컴퓨터 사용 인구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새삼 자각했다.

세상이 일괄적으로 변해버렸는데 그에 따른 교육은 일괄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다. 디지털 소외 계층을 고려해 키오스크에 더 고려돼야 할 사항이 많다. 우선 음성안내가 되지 않는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 아이들에게는 높이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있다. 키오스크가 늘어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추세라면 관련한 제도적인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로봇이나 인공지능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 키오스크와 그를 닮은 서비스들은 더 다양하게 생겨날 것이다. 그 모든 이용자의 기본값에서 노년층이 소외된다고 하면 미래에 어떤 신문물이 등장해 나 또한 신기술에 소외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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