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관치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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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
관치는 기자를 하면서 수없이 들었던 말이다.
지난 2003년 카드사태 당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관은 치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말을 처음 언급한 덕분인지 금융당국이 앞장서 관치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은행권에 대한 관치를 본격 시작할 때 '이자장사'라는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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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는 기자를 하면서 수없이 들었던 말이다. 정도가 다를 뿐 정부가 민간기업과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언제나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금융권을 취재하면서 관치의 정도와 밀도는 다른 산업군보다 훨씬 강한 느낌이다.
지난 2003년 카드사태 당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관은 치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말을 처음 언급한 덕분인지 금융당국이 앞장서 관치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은행권에 대한 관치를 본격 시작할 때 '이자장사'라는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든다. 전가의 보도는 '가보로 내려오는 명검'을 뜻한다. 결국 은행권은 가보처럼 내려오는 금융당국의 '이자장사'라는 한마디에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는다. 이번 정부에서도 금융당국이 한마디만 하면 은행권은 알아서 척척 해내고 있다. 그것도 이익이 깎이는 것을 감수하면서다. 주주 입장에서 보면 화가 날 노릇이다.
실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후 은행권과 첫 간담회에서 덕담 대신 이자장사에 대한 경고장을 날렸다. 당시 이 원장은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 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말이 나오자마자 신한은행이 제일 먼저 치고 나왔다. 연 5%가 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제히 5%로 내렸다. 이미 지난 4월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던 국민은행은 한시적 금리인하를 별도 안내 시까지 연장하는 취약차주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보조를 맞췄다. 하나은행도 고금리 개인사업자 대출 및 서민금융지원 대출금리를 최대 1%p 감면해주기 시작했고, 우리은행도 고정금리 대출에 적용하던 1.3%p의 우대금리를 모든 등급에 일괄적으로 주고 있다.
말 한마디에 전 금융권이 일제히 움직이자 이 원장은 사뭇 놀랐을 것이다.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의 말의 무게라고 한다. 뜻 없이 한 말, 흘러가듯 한 말에 직원들이 바뀌고 조직이 변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말을 아끼기 시작한다. 이 원장은 역시 은행권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에 "의견을 내는 것이 다소 조심스럽다"며 즉답을 피했다.
관치가 본격 시작되면 관련 기관과 업계는 목소리를 감추며 눈치만 본다. 관치의 동의어는 사실 복지부동이다. 복지부동으로 안정기를 찾으면 경호의 최고 경지라고 불리는 '심기 경호'를 본격 시작한다. 정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또는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살펴 미리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여기에 국민은 없다. 규제의 칼을 든 당국만 있을 뿐이다. 결국 관치가 미치지 못한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은 외면받게 된다. 법정 최고금리가 계속 내려가면서 대부업체조차도 저신용자를 기피하고, 중신용자 위주로 돈을 빌려주면서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 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는 바로 '국민'이다. 이제 국민을 위해서라도 관치라는 전가의 보도를 내려 놓을 때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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