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게임체인저 AI반도체 주도해야
한국은 반도체 강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이 56%에 달하는 메모리반도체 강국이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의 시장점유율은 불과 3% 미만에 불과하므로 진정한 반도체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시스템반도체 육성이 필수적이다.
특히 시스템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의 2021년 세계 시장 점유율은 미국이 68%로 1위, 다음으로 대만(21%)과 중국(9%)이고 한국 점유율은 단 1% 정도에 불과하다.
다행히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시장점유율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등장했다. 바로 AI(인공지능) 반도체다. AI는 2016년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대국으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의 선도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발전시켜야 할 기술이며 산업이다.
AI 반도체는 AI 알고리즘을 최고의 연산속도와 초저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는 하드웨어다. 현재 세계적인 팹리스인 퀄컴, 엔비디아, AMD, 인텔, 애플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인 테슬라, 구글, 아마존, 메타 등도 최적화된 AI 반도체를 자체 설계·제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스타트업인 사피온코리아,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딥엑스 등에서 세계적인 기업의 제품과 비교해 우수한 연산 성능과 전성비를 보여주는 AI 반도체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내년에는 시제품을 출시해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AI 반도체는 데이터센터의 서버 등에 들어가는 초고성능 칩과 자율주행차, 모바일 등에 들어가는 고성능·저전력 칩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양한 산업 분야의 시스템반도체에도 AI 기능을 부가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정부도 AI 반도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2020년 10월에 발표한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 발표에 이어, 지난 6월 27일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성장 지원대책'을 내놓고 지원에 들어갔다.
첫째, AI 반도체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고자 NPU(Neural Processing Unit), PIM(Process-In-Memory) 등의 연구개발을 위해 향후 5년 동안 1조200억원을 투입하고, 둘째, AI 제품·서비스 개발에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하고 성능을 검증해 국산 칩이 적용·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셋째, 대기업이 참여하는 산·학·연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대학·연구소가 첨단 상용 공정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도록 대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마지막으로, AI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AI 반도체 연합전공'을 개설하고, 연구 중심의 석·박사 고급인재 양성을 위해 'AI 반도체 대학원'을 신설하는 등 5년간 7000명 이상을 양성한다는 내용이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AI 반도체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과 빅테크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미국, 중국, 대만 등 주요 국가들도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도 국가적인 연구개발 지원과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주로 스타트업들이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어서 정부에서 성능검증과 적용 확산을 지원하는 정책은 제작된 칩의 초기 시장 창출을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기업의 개별적인 노력만으로 뛰어난 결과를 얻기 힘들므로 산·학·연의 건전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AI 반도체의 성공적인 개발과 시장 확보를 위한 핵심적인 조치이다.
현재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양질의 인력 확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5년간 7000명 이상의 인력을 양성하려는 계획은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라고 생각된다.다만 인력 양성은 시간이 요구되는 작업이어서 빠른 실행과 더불어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의 적극적이고 다양한 지원과 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융합돼 시스템반도체의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는 AI 반도체를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세계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한국이 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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