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비율 47%까지 치솟아..文정부보다 강력한 재정 만든다

김동준 2022. 8. 1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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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부 재정준칙 법제화 천명.. '나라살림' 적자 줄어들까?
2017년 660조→올 1000조 예상
EU 채무비율 상한선 60% 근접
구속력 강한 '확장재정' 불가피
尹정부, 60% 안팎 관리할 방침

윤석열 정부가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기로 한 것은 앞선 문재인 정부가 퍼주기식 지출로 나라살림을 급격하게 악화시켜 놓은 것과 관련이 깊다. 지금과 같은 국가채무 증가속도로는 그리스나 아르헨티나 등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 부도를 경험한 나라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 문 정권 출범 당시인 2017년 660조원 수준이었던 국가채무 규모는 5년만에 무려 400조원 이상 늘어 올해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등 두 정권 기간동한 증가(351조원)한 것보다도 많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7년 660조2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1037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7년 36%에서 2021년 47%로 무려 11%포인트 치솟았다. 짧은 기간에 이처럼 국가채무가 늘어난 것은 역대 정권 중 문 정권이 유일하다. 선거를 앞두고 코로나 19 피해를 입지 않은 국민들에게까지 현금을 살포하는 등 선심성 정책으로 일관했던 게 주요 이유다. 유럽연합(EU) 등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가채무비율 상한선은 60%다. 문 정부는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 재정이 튼튼하다며 무차별적으로 돈을 살포했다.

재정준칙은 재정수지, 재정지출, 국가채무 등의 총량 재정지표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적 목표(numerical targets)를 기준으로 재정운용 목표를 세우고 이를 법제화한 재정운용 정책이다. 총량적 재정목표를 구체적인 수치로 설정하는데 통상적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수지적자 비율, 국가채무비율 및 재정지출증가율 상한 설정 등을 활용한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재정적자 축소와 국가채무 감축 등 재정운용의 목표를 명시적인 재정준칙을 통해 설정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유럽통화연맹(EMU) 가입국들의 의무적인 이행조건을 담은 안정성장협약(Stability and Growth Pact)의 '3% 재정수지 적자비율, 60% 국가채무 비율'을 들 수 있다. 2012년 현재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 소속 76개국이 재정수지준칙 및 국가채무준칙 등 다양한 형태의 준칙을 사용하고 있다.

준칙을 통한 재정정책 집행의 장점은 재정규모의 결정이 단순해져 정부 재정규율 확립의 성과를 측정하기 쉽고, 재정지출과 정부부채 감축 등을 통해 재정건전화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재정수지 균형 혹은 지출증가율의 상한 설정 등을 법적인 강제를 동원한 준칙을 통해 정함으로써 이익집단이나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 재정준칙을 운용해 왔던 EU(유럽연합)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실증분석에서도 재정건전화에 대한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재정준칙이 적용되는 정부의 범위가 넓을수록, 법적 기반이 엄중할수록, 준칙의 강도(strength)가 클수록 재정건전화 효과는 증가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과 튀르키예 등 2개국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른바 '한국형 재정준칙'을 발표했지만, 관리재정수지가 아닌 통합재정수지를 재정 건전성 기준으로 삼는 등 준칙이 느슨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관련 내용을 명시한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코로나19 확산세와 맞물려 확장재정 기조가 강했던 탓에 당시 여당(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도 질타가 나왔다.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신인도가 높았던 것은 나라살림이 튼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정부 들어 국가채무가 급속도로 늘면서 국제 금융계에서 이런 신뢰가 점차 엷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 재정이 나빠지면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부채비율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국가신용점수(무디스 기준)는 0.05점씩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이 꾸준하게 증가할 경우 2032~2033년을 기점으로 국가신용등급이 1단계 떨어지는 임계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GDP 증가율 역시 0.58%포인트 낮아졌다.

일단 정부는 국가채무 비율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60% 안팎에서 관리할 방침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도 -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되, 채무비율이 60%를 넘으면 적자 폭을 -2%이내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내용을 시행령보다 구속력이 강한 법률에 명시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재정준칙안은 9월 초 정부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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