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철 칼럼] '이상한 정치인'을 고대한다
최근 자폐스펙트럼증상의 변호사가 직장에서 성공하는 내용의 '이상한 변호사'라는 드라마가 현재 20여개 나라에서 시청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자폐스펙트럼증상 장애를 딛고 변호사가 되어 억울함을 당한 사회의 약자를 변호한다는 이 드라마는 주연배우의 실감나는 장애연기에 더하여 약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극적으로 잘 표현함으로써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류를 이끌어 온 'K-드라마'가 드라마로 만들기 쉽지 않은 장애의 영역까지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변호사는 2022년 7월 기준으로 2만6000여명이 등록돼있지만 자폐스펙트럼 증상 변호사는 아직 없다고 한다. 변호사 업무가 고객 및 재판부와의 원활한 소통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사회성과 타인과의 소통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진 자폐스펙트럼증상의 변호사가 변호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는 이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주인공이 자신의 장애를 숨김없이 솔직히 고백하면서도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다'고 자신감과 진정성을 보이고 이를 재판의 결과로 입증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장애자는 물론 이런저런 곤경에 처해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주어 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도록 하자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편으로는 변호사라면 장애가 있든 없든 간에 변호사로서 갈등과 분쟁이 첨예한 재판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실력을 갖추어야 고객의 존경을 받는다는 점을 아울러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점점 커지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 사회가 마치 원고와 피고가 무한 대립하지만 판결을 내리지 못하는 재판과 같다는 느낌이다. 2016년 기준 OECD 30개국의 갈등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3위라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갈등을 관리하는 역량은 27위로 크게 낮은 것은 이러한 서글픈 현실을 잘 입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60여년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변신한, 실로 기적과 같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경제가 발전하면서 나타나는 빈부격차와 이념, 지역, 성별 및 연령별 격차로 인해 갈등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사회적 합의는 미진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갈등관리지수를 10% 높이면 1인당 GDP는 최대 2.41%가 증가한다고 하지만 갈등의 당사자들이 타협보다는 목소리를 높여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지속되는 한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해 통합시킬 역할은 정치가 담당해야 한다. 국민의 여론을 모으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한 정치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 정치집단은 정파적 이익에 매몰되어 집단 간 투쟁하느라 바쁘다. 전체 국민보다는 자기편만 바라보고 있어 정치의 큰 역할인 국민통합은커녕 계층 간 대립과 갈등만 심화시키고 있다. 국민들은 그동안 정치에 나선 학력이 높거나 민주화운동투사 경력이 많은 인사들 그리고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것으로 여긴 법조인 등의 인물들이 역할을 잘 해주리라고 믿고 존경해왔다. 이들이 비록 사안에 따라 의견 대립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높은 경륜과 학식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국민을 위하는 '정상적인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해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훌륭한 자질이 국민의 이익이 아닌 정파적 이익 구현에 쓰여지고 있다. 표만 의식하는 편가르기식 포퓰리즘 정책이 일상화되면서 국민의 세금은 낭비되고 있고 세금을 내야 하는 계층의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미래에 닥칠지 모를 위기의 구원투수가 되어야 할 재정이 고갈되면서 이미 포퓰리즘으로 망가진 나라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고객을 존중하면서도 실력을 입증해 성공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의 정치적 버전인 '이상한 정치인'이 나올 때가 되었다.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고 통합시키는 실력이 있을 '정치인'에 '이상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다소 어색하기는 하지만, 정치가 작동을 멈추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이를 타개할 수 있는 '특별한 정치인'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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