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 배운다] "제품·관심경제 넘어 중독경제 시대.. 스타트업도 중독성 갖춰야"

박은희 2022. 8. 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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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중독장치 탑재 못하면 생존 어려워
명상 등 디지털 디톡스사업도 기회
김병규 연세대 교수. 박동욱 기자 fufus@

중독. 스마트 폰에 빠진 요즘 이 말처럼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을까. 더 큰 이익을 좇는 욕망은 더 강한 중독을 만들어낸다. 한마디로 호모 아딕투스(HOMO ADDICTUS:중독추구 인간)의 시대다. 자본주의와 결합된 중독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중독성으로 우리의 관심과 시간, 돈, 욕망까지 종속시켰다. 복합 경제위기 속에서 중독을 부정적인 면이 아닌, 긍정적인 메커니즘으로 분석해 생산 요소로 투입하면 마케팅에서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중독의 시대에 인간이 수단으로 여겨지지 않고, 건전하게 성장하는 경제체제를 만들기 위해 개인과 기업은 어떻게 노력해야 할까. 신간 '호모 아딕투스'(알고리즘을 설계한 신인류)를 통해 중독 시장을 예리하게 포착해 통찰력을 제시한 김병규(47)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다. 인터뷰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그의 연구실에서 진행했다.

'호모 아딕투스' 저자 김병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우리 공동체가 중독의 비즈니스적 가치를 공존과 상생, 공정과 책임의 가치로 전환하는 데 합의를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중독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소비자의 의사결정과 브랜드 전략을 연구하는 김병규 교수는 "지금의 경제 시스템이 중독경제라는 걸 잘 알아야 쉽게 중독되지 않고, 사업자라면 기회를 찾는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독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바람직한 수준의 중독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소비재 시장을 △제품경제 △관심경제 △중독경제 세 단계로 구분했다. 20세기 초반은 제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기업에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잘 만들 수만 있으면 팔렸기 때문에 제품경제 시대였다. 생산 기술이 좋아지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들 간 경쟁이 시작됐다. 그때부터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졌다. TV광고가 중요해지면서 방송사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기업은 광고를 통해 소비를 촉진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이 시기를 관심경제라고 한다.

이제 관심경제에서 중독경제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김 교수는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광고 자체가 어마어마한 비즈니스가 되기 시작했고 단편적이던 소비 성격이 연속적으로 바뀌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물건 하나 파는 것보다 사람을 중독시키는 게 더 중요해지면서 중독경제가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만나보면 아이디어도 철학도 서비스도 좋은데 중독성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이미 빅테크 기업들이 강한 중독성을 만들어놓아서 사람들이 그에 중독이 된 상태니 아무리 좋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서비스를 해도 관심이 안 생기면 살아남기 어렵죠. 중독의 장치를 탑재해야 돼요."

다만 그는 사업자 측면에서 중독을 만드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했다. 중독경제가 심화될수록 반감을 가지거나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독경제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한테 도움을 주는 사업도 유망하다는 것이다.

"목표 달성이나 자기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업과 명상 비즈니스 등 디지털 디톡싱을 해주는 사업이 유망할 거라고 저는 보고 있어요. 또 디지털에서 벗어나 오프라인에서 사람들 사이 친밀한 관계 형성 기회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도 중독경제 시대에 필요하죠."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뇌의 보상회로 때문이다. 요즘은 디지털 기기가 보상회로를 자극하는 스위치가 돼 언제 어디서든 수시로 개인을 중독으로 이끈다. 이로 인해 시간을 낭비하기 쉽고, 참고 기다리는 노력과 소비제어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김 교수는 개인이 중독을 피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제시했다.

"쉽게 달성 가능한 작은 목표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습관화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시간도 재화랑 같아서 적으면 되게 소중하게 느껴지잖아요. 시간의 의미를 부여하는 게 되게 중요합니다. 또 집중할 시간을 정해놓거나 집중할 공간을 한곳 찾으세요. 그 시간과 공간에서는 스마트폰 없이 온전히 집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놓으면 실천하기 어렵지 않을 거예요. 소비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장바구니가 아닌 노트를 활용하는 게 좋아요. 소비 욕구는 대부분 일시적이라 놔두면 사라지거든요. SNS를 가급적 하지 않는 것과 스마트폰 광고 추적 버튼을 끄는 것도 추천합니다."

김 교수는 "아주 강한 중독은 치료의 대상이 되겠지만 스마트폰 중독은 질병이 아니다"라며 "중독도 스펙트럼인데, 스펙트럼 상에서 심각한 수준은 예외적이라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독경제 시스템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경제 패러다임"이라며 "이것을 규제하거나 막을 일은 전혀 아니지만 부작용에 대한 연구는 필요하니 정부가 그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중독경제의 다음 단계를 묻는 질문에 김 교수는 "아직 정의도 불분명하고 정말 미래가 될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메타버스가 기존의 소셜 네트워크에 비해 중독성이 훨씬 강하다"며 "아바타를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니까 실재감이 크다"고 답했다.

"메타버스는 소셜 네트워크 다음 시대에 중독경제를 이끌어갈 패러다임 중의 하나라고 저는 보고 있기는 해요. 중독경제보다 한 단계 더 나가면 스마트폰이 필요 없고 바로 자기 뇌에 자극을 해 갑자기 즐거워지고 행복해지겠죠. 일론 머스크의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그쪽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뇌를 직접 자극하는 장치를 이식하는 컴퓨터 기기들은 이미 많이 있거든요."

김 교수는 "어느 시대든지 변화는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 위기"라며 "많은 사람들이 기존에 자기가 잘 해서 성공했던 방식에 집착하는데 시대가 완전히 바뀌고 패러다임 변화가 생기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시대에 가장 중요한 뭔가를 배우려면 자기를 리셋(초기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시 처음부터 모든 걸 배우고 적용하는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조언했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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