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쾰른 대성당

한기석 논설위원 2022. 8. 1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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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5월 31일 오후 10시 1000여 대의 영국군 폭격기가 독일 쾰른시 상공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폭탄을 투하했다.

쾰른 대성당이 이때 살아남은 것은 영국군이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으로 판단해 폭격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달빛이 교교히 흐르는 저녁에 강변 둔치에서 쾰른의 명품 맥주인 쾰시를 한 잔 마시며 저 멀리 불 켜진 성당을 바라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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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1942년 5월 31일 오후 10시 1000여 대의 영국군 폭격기가 독일 쾰른시 상공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폭탄을 투하했다. 한 구역을 완전히 부수는 블록버스터(blockbuster) 폭탄으로 융단을 깔듯이 차례로 공격하는 ‘융단폭격’이었다. 불과 20여 분 만에 도시는 궤멸됐지만 기적같이 형체를 유지한 건물이 있었다. 쾰른 대성당이다. 쾰른 대성당이 이때 살아남은 것은 영국군이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으로 판단해 폭격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성당은 동방박사의 유골을 모시기 위해 지어졌다.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프리드리히 1세는 12세기 이탈리아 원정 때 밀라노에 있던 동방박사의 유골을 전리품으로 획득해 쾰른 대주교에게 기증했다. 쾰른 대주교는 엄청난 보물을 안치하기 위해 황금 유물함을 만들었다. 순례객들이 몰려들자 유물함을 모시기 위해 1248년 성당 건축을 시작했다. 성당은 면죄부를 팔아도 감당하지 못할 공사비 때문에 중간에 건축이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건축은 착공 이후 600년도 더 지난 1880년이 돼서야 끝났다. 완공된 성당의 높이는 157.38m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성당은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2004년 바로 앞에 있는 라인강 건너편에 고층 건물이 건설되자 유네스코는 경관 훼손을 우려해 성당을 ‘위험에 처한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쾰른 대성당은 특히 멋진 야경으로 유명하다. 성당의 밤 풍경을 제대로 보려면 ‘사랑의 자물쇠’로 유명한 호엔촐레른 다리를 건너 라인강 맞은편으로 가야 한다. 달빛이 교교히 흐르는 저녁에 강변 둔치에서 쾰른의 명품 맥주인 쾰시를 한 잔 마시며 저 멀리 불 켜진 성당을 바라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들어 있다.

독일 방송 도이체벨레가 “쾰른 대성당의 조명이 더는 밤에 불을 밝히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줄인 데 따른 대응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유럽인들은 올겨울을 매우 춥게 보낼지도 모른다. 에너지는 안보인 만큼 해외 에너지 자원을 미리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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