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향 장미 앞세워 챔피언 먹었죠"..K-장미 개발자들, 유럽·일본 꺾다
日 국제대회서 4개부문 석권
유럽주도 시장서 이룬 첫 쾌거
"관리 쉽고 향기까지 탁월"
에버랜드는 자체 개발한 장미 품종 '퍼퓸 에버스케이프(Perfume Everscape)'가 최근 일본 기후현에서 열린 국제 장미대회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석권했다고 밝혔다. 퍼퓸 에버스케이프 개발을 주도한 하호수 삼성물산 프로는 18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굴지의 해외 경쟁자들이 참가한 유서 깊은 대회에서 인정을 받으니 아직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로 20회째를 맞는 '기후 국제 장미대회'는 80만㎡ 터에 6000개 장미 품종을 전시해 '자웅'을 겨루는 국제적인 장미 콘테스트다. 대회에 앞서 주최 측은 출품종을 대상으로 2년에 걸쳐 병충을 잘 견디는지, 연속적으로 꽃을 피울 수 있는지, 향기는 얼마나 좋은지 등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한다. 그동안 전 세계 장미 시장은 영국 데이비드 오스틴, 프랑스 델바르, 독일 코르데스 등 유럽 업체들이 주도해왔다. 아시아에서는 대회 주최국인 일본이 수상자 명단에 간간이 이름을 올리는 정도였다.
이번 금상 수상은 두 번째 도전 만에 이뤄진 결과다. 데뷔전이었던 지난해 19회 대회에서 에버랜드는 은상을 수상하면서 가능성을 엿봤다. 그리고 1년 만의 재도전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하 프로는 "지난 대회에서는 향기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번에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한 게 더 큰 상을 받게 된 비결"이라고 했다.
에버랜드가 만든 조경사업용 장미 브랜드인 '에버스케이프'는 관리가 편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병충해와 추위에 강하고 가지가 많이 자라지 않아 계절별로 가지치기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이 때문에 아파트, 공원 등 조경용 장미로 인기가 높다.
올해 수상한 퍼퓸 에버스케이프는 지난 대회 수상작 '가든 에버스케이프'의 개량 버전이다. 하 프로의 설명처럼 더욱 선명한 향을 낼 수 있어 이름 앞에 '퍼퓸'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향기가 강하면서도 관리가 쉬운 장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물론 쉽지 않았다. 2015년부터 3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인공수정 과정에서 암꽃 역할을 하는 '녹아웃' 종이 좀처럼 종자를 내지 못해 어려움이 컸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하 프로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녹아웃 종을 수꽃의 역할로 전환하며 틀을 깼다. 승부수는 결국 성공으로 이어졌다. 어머니 꽃 역할로는 수많은 후보 중 가장 향기와 궁합이 잘 맞는 샤리파아스마 종을 선택했다. 허 프로는 "장미 향은 보통 7가지 종류로 구분하는데 퍼퓸은 과일 향이 강한 게 특징"이라면서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퍼퓸 에버스케이프는 개발이 완료된 뒤 일본행 비행기에 실렸다. 그곳에서 2년 동안 3회에 걸쳐 개화하며 전 세계 각국에서 출품한 장미들과 비교 평가를 받았다.
하 프로는 오는 10월 일본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와 에버랜드 팀의 다음 목표는 유럽이다. 하 프로는 "프랑스 등 유럽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도 도전할 것"이라면서 "기후에 민감하지 않은 품종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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