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 귀에서 집주인이 백으로 바뀌고는 균형이 무너졌다. 패를 이긴 흑 대마는 그저 살았을 뿐 30개에 이르는 돌이 모여 있어도 10집이 나오지 않는다. 오른쪽 흑 모양도 단단하게 이어져 있지 집을 지은 효율은 떨어진다. 역시 10집이라 봐주기 어렵다. 아래쪽 두 군데 흑집을 모으면 25집쯤 봐줄 만하다. 모든 흑집을 더하면 41집은 넘을 듯하다.
위쪽 세 군데 백집은 줄여서 봐도 22집이 넘는다. 가운데에서 아래쪽까지 백 모양에서 25집은 나온다. 모두 47집. 덤을 받지 않아도 덤 크기만큼이나 백이 앞서 있다. 흑이 끝내기로는 따라갈 수 없는 거리. 기막힌 묘수나 헛수가 나오지 않는 한 형세가 뒤집어질 일이 없다. 신민준은 흑69, 85, 87 세 수로 위쪽 백을 가두자고 나섰다.
순간 박진솔은 긴장했다. 아무리 앞서 있어도 한 수로 망가지는 것이 바둑이다. 모양을 살피고 수를 읽었다.
<그림1> 백1에 붙였다. 실전이다. 백9에 붙여 살았다 믿으며 마음을 놓았다. 신민준은 <그림2> 흑1에 젖히고 3에 들어가 백을 못살게 굴었다. 백6에 먹여치고 8에 메운다. 흑9 다음 백'×'에 몰아 흑 두 점을 잡았다. 여기서 신민준이 고개를 숙이고 돌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