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젠 '유전자가위'로 난소암 정복 나선다

김시균 2022. 8. 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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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 활용 치료제 全無
개발땐 각종 난치병 극복 기대
툴젠, 12월 해외임상 돌입전망
황반변성약은 영장류 실험중
내년 美서 임상 1상 개시 목표
조직개편·인재영입도 가속도
올해 흑자전환은 어려울 듯
툴젠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치료제는 전무하다. 이 기술을 이용해 치료제를 만들면 인류의 각종 난치병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툴젠은 전 세계 '톱3' 유전자 가위 기술을 보유한 한국 회사다.

18일 툴젠에 따르면, 이 회사가 호주 바이오텍 카테릭스와 공동 연구 중인 난소암 타깃 치료제 CAR-T 플랫폼 'Styx-T'의 글로벌 임상 1상이 이르면 올해 12월, 늦어도 내년 1분기에 시작된다. 툴젠 파이프라인(개발 제품군) 중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선 이 치료제는 유전자 가위로 교정한 면역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한 뒤 골수 등에 주입하면 재생산된 체내 세포를 퍼지게 한다. 현재 호주에서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툴젠 관계자는 "미국·호주 등 해외 어느 나라에서 1상을 진행할지를 비롯해 여러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올 12월, 늦어도 내년 초에는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핵심 파이프라인인 '샤르코마리투스(CMT)' 1A형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는 내년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할 예정이다. 샤르코마리투스는 2500명 중 1명꼴로 발병할 만큼 상대적으로 환자가 많은 유전성 말초신경병이지만 전 세계에 치료제가 없다. 또한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는 전임상 단계로 영장류 실험을 하고 있고, 내년께 미국에서 임상 1상 개시를 목표로 한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벽산디지털밸리에 본사를 둔 툴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유전자 가위는 희귀 질환 등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고 정상 DNA를 붙여 유전자가 원래 기능대로 작동하게끔 교정하는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생명공학계 혁명'으로 불릴 만큼 인류가 고치지 못한 질환들을 치료하는 데 유용한 기술로, 미래 가치만 수조 원에 이른다.

실제로 오캄스 비즈니스 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6억6000만달러에 불과했던 전 세계 유전자 가위 시장 규모는 2020년 12억3000만달러에서 2022년 23억달러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국내에서 툴젠이 유일하다. 전 세계에서도 툴젠을 포함해 미국 UC버클리와 브로드연구소 세 곳만 관련 기술을 갖고 있다.

현재 누가 먼저 이 기술을 개발했는지를 두고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수석연구원(박사·전 서울대 화학과 교수)이 설립한 툴젠과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이끄는 UC버클리대·빈대·샤르팡티에(CVC)그룹, 브로드연구소 간에 특허 공방이 치열하지만 툴젠은 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진핵세포 관련 특허를 2012년 툴젠이 제일 먼저 출원했고, 이미 CVC, 브로드와의 저촉심사에서 누가 먼저 기술을 개발했는지 입증 책임이 없는 '시니어파티'로 인정돼 우위에 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네 번의 시도 끝에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데 성공한 툴젠은 1999년 설립된 이후 24년 만인 내년에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툴젠 관계자는 "라이선싱 딜을 중심으로 매출이 발생하다 보니 확실하게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올해 흑자 전환은 힘들고 내년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치료제 개발 일정에 맞춰 조직 개편과 인재 영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업개발실장으로서 몬샌토와의 유전자 가위 기술이전 계약을 이끌어낸 구옥재 이사가 이달 초 퇴사하고 구현영 사업개발실장(상무이사)이 자리를 채운 것도 그 일환이다. 구현영 상무이사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시카고대 등에서 연구원을 지낸 인물로, 툴젠에서 주요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 업무를 맡는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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