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부품' 생산전문 자회사 신설하는 현대모비스, 왜?

이장호 기자 이세현 기자 이형진 기자 2022. 8. 1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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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부품 생산, 신설 자회사 2곳에 맡겨..모비스는 R&D 등에 집중
불법파견 리스크도 해소..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포석 시각도
(현대모비스 제공) ⓒ News1 조재현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이세현 이형진 기자 = 현대모비스가 모듈과 부품 제조부문 자회사 2개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미래 모빌리티 전문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사업 재편에 나섰다.

자회사에게는 모듈과 부품 생산을 전적으로 맡기고, 현대모비스는 R&D(연구개발)에 집중,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현대모비스의 사업 재편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기존에 생산전문 협력사를 통해 운영해오던 국내 모듈공장과 핵심부품공장을 2개의 생산전문 통합계열사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공시했다. 법인설립 후 현대모비스가 100%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울산과 화성, 광주의 모듈공장 생산조직은 모듈통합계열사(가칭)로, 에어백, 램프, 제동, 조향, 전동화 등 핵심부품공장 생산조직은 부품통합계열사(가칭)로 재배치된다. 9월 중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한 뒤 11월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의 이번 자회사 신설 방침은 생산은 자회사로 넘기고, 현대모비스는 R&D(연구개발) 강화에 방점을 찍고 미래 모빌리티 핵심 분야인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반도체 자체 개발과 생산, 소프트웨어 전문 인재 확보와 소프트웨어 전문 회사들과의 협력 등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중심으로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 News1 조재현 기자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단순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은 자회사에게 맡기고, 모기업인 현대모비스는 원천 기술로 무장하겠다는 의미"라며 "최근 추진하는 차량용 반도체 자체 개발·생산도 원천기술과 함께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자회사 신설로 그동안 현대모비스가 생산 전문사 위탁 방식 운영으로 갖고 있는 불법 파견 리스크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하청업체를 갖고 있으면 불법 파견 문제가 생기는데, 독립 법인을 만들어 설계까지 줘 생산을 맡기면 불법 파견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로 사업구조에는 변화가 없지만, 향후 핵심 분야를 현대글로비스에 넘겨 지배구조 재편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서로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순환 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최대 주주로 지분 21.4%를 갖고 있다. 현대차는 기아 지분 33.9%,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 지분 6.9%와 4.9%를, 기아는 현대모비스 지분 17.4%, 현대제철 17.3%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는 각각 현대모비스 지분 5.8%, 0.7%를 갖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차 지분 5.3%, 현대모비스 지분 7.2%를, 정의선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0%,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2.6%, 1.7%, 0,3%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었다. 현대모비스 핵심인 모듈과 AS 부품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 당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에 매각한 뒤 각 계열사의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입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공식 추진했다. 그러나 주주들 반대로 무산됐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 실패 요인은 분할 및 합병시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명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현대모비스의 자회사 신설은) 2018년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향후 지배구조 개편 시 분할비율 또는 합병비율 산정의 적정성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동시에 향후 분할 및 합병에 대한 시너지효과 등 명분을 쌓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향후 재개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장기 포석 측면에서 이번 현대모비스의 자회사 신설을 해석 할 수 있다. 지배구조 개편은 명분과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사업구조 개편을 수반하기 때문"이라며 "목적지는 동일하지만 경로가 다양해진 셈"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지배구조 개편 시각에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분리되는 제조 부문은 단순 제조와 조립 기능만 있어 상장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증설 등 추가 투자가 필요없어 상장 필요성도 없다"며 "국내 제조 부문이 다른 계열사로 매각·합병이 된다고 해서 회사의 가치가 상승할지도 알 수 없다. 지배구조 관점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관련해 현대모비스도 18일 공시를 통해 "자회사 설립으로 모비스의 기본적 사업구조 변화는 없다"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의 관련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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