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 "외교부 의견서 사실상 '판결 보류' 주문"

이수민 기자 2022. 8. 18. 16:5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외교부가 일본 전범기업 재산 강제 매각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내용이 공개됐다.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은 일본의 태도 변화에 대한 구체적 근거 없이 정부가 외교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일방적 기대감을 근거로 재판부에 사실상 판결을 보류해 줄 것을 주문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18일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소송을 맡고 있는 대리인은 전날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외교부가 지난달 26일 제출한 의견서를 열람해 내용을 확인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교부가 대법원에 보낸 의견서 공개
"90대 넘는 피해자들 대신 '미쓰비시' 측 주장에 힘 실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활동가들이 지난 11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 자산 특별현금화명령과 관련, 대법원의 신속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2022.8.11/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외교부가 일본 전범기업 재산 강제 매각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내용이 공개됐다.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은 일본의 태도 변화에 대한 구체적 근거 없이 정부가 외교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일방적 기대감을 근거로 재판부에 사실상 판결을 보류해 줄 것을 주문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18일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소송을 맡고 있는 대리인은 전날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외교부가 지난달 26일 제출한 의견서를 열람해 내용을 확인했다.

의견서는 총 2쪽 분량으로 첫 장은 공문 형식의 표지, 두 번째 장은 첨부서류 형식의 의견서 본문이었다. 각 장 상단에는 '3급 비밀' 표시가 돼 있었다. 사건번호와 채권자 이름, 상표권 특허권 종류만 다르고 내용은 동일했다.

외교부는 의견서를 통해 '지난 7월18일 개최된 한일외교장관 회담에서 우리 측은 원고 측 입장을 포함해 민관협의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들을 일본 측에 충실히 전달하면서 성의있는 호응을 촉구한 바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민관협의회 추가 개최 등을 통해 원고 측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합리적인 해법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최대한 외교적 노력을 다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근거로 '현재 대법원에서 검토 중인 특허권‧상표권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 사안의 향후 일정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의 합리적 해결방안을 조속히 모색하기 위해 상기와 같은 다각적인 외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주기 바란다'고 재판부에 주문했다.

시민모임은 이 '의견서'에 대해 "명시적 표현은 없었지만, 사실상 담당 재판부에 판결을 '보류'해 달라는 취지"라며 "일본 측 답변은 전혀없이 '관계 회복'에만 급급해, 일방적이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재판부에 시간을 달라고 재촉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또 "외교부가 판결 보류를 주문한 이유로 '민관협의회'를 거론했는데 이는 미쓰비시중공업 측이 지난달 20일과 29일 담당 대법원에 제출한 재항고 이유 보충서에서 밝힌 취지와 일맥상통하다. 미쓰비시 측 주장에 힘을 보탠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쓰비시 측은 재항고 이유 보충서에서 '민관협의회에서 논의를 거쳐 해결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이 사건 재항고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보류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주문한 바 있다.

시민모임은 "재판부가 외교부에 의견서 제출을 요구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굳이 외교부가 특정 사건에 이례적으로 의견서를 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 외교부는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 측의 주장에 힘을 보탠 반면, 90대가 넘은 고령의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여태껏 철저히 외면했다"고 반발했다.

시민모임은 "외교부 의견서는 구체적 근거없이 정부가 외교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일방적 기대감에 근거해 작성한 것"이라며 "이는 가해자 전범기업의 숨통을 터주고, 대신 피해자의 손발을 묶는 또 다른 국가폭력이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월과 11월 강제동원 가해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을 상대로 각각 강제동원 피해자 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피해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측에선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 압류와 매각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며 대법원은 두 할머니가 제기한 미쓰비시의 한국 내 상표·특허권에 대한 특별현금화(강제매각) 명령 사건에 심리를 계속할지 여부를 오는 19일까지 결정해야하는 상황이다. 만약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한 '심리 불속행'을 결정한다면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상표·특허권에 대한 강제매각이 진행된다.

breat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