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북 순항미사일 발사, '담대한 구상' 거부로 해석 일러..남북정상회담 염두에 안둬"

박광연 기자 2022. 8. 18. 16: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진 외교통상부 장관(왼쪽)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8일 북한의 전날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 “아주 심각한 정도의 도발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담대한 구상’에 대한 거부를 의미한다고 해석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대북 기조인 담대한 구상을 놓고 여당은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제안했고, 야당은 이명박(MB) 정부 ‘비핵·개방 3000’과 유사해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통일부·외교부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현안 질의를 이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담대한 구상을 발표하고 열린 첫 외통위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권 장관을 상대로 담대한 구상의 내용을 집중 질의했다.

윤 대통령이 담대한 구상을 발표하고 이틀 뒤 북한이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해 찬물을 끼얹었다는 취지의 분석에 권 장관은 선을 그었다. 권 장관은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순항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자기네들 무기를 좀 더 정교하게 하기 위한 일상적인 실험”이었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국제 제재 대상에 해당하는 수준의 미사일 도발은 아니었다며, 북한이 남한의 담대한 구상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통일부는 담대한 구상에 대한 호응을 북한에 촉구해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권 장관에게 담대한 구상의 보완을 제안했다. 탈북민 출신 태영호 의원은 “담대한 구상 실현 초기 단계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선언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은 “한국을 직접 겨냥한 핵무기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걸 1단계 목표로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장관은 신중론을 폈다. 권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담대한 구상의 (북한과의) 협상 단계에 정상회담을 하나의 옵션으로 집어넣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비핵화 과정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주변국 협력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한테 쏠 것(핵무기)만 먼저 빼면 협조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나”라며 “여태까지 해왔던 대로 (핵에 대해 북한이) 신고·검증하고 전체 핵을 폐기·반출하는 식으로 가는 게 더 맞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담대한 구상이 MB정부의 비핵·개방 3000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김상희 의원은 “지금 MB정부 때보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강화된 상태에서 (담대한 구상은)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여지고 첫걸음조차 못뗄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담대한 구상은 경제적인 것 외에 군사·정치적인 북한의 체제안전 우려도 다룬다는 점에서 경제적 인센티브만 제공한 비핵·개방 3000과 큰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민주당 의원들은 지적했다. 박홍근 의원은 “다 조건을 달아뒀는데 대북 지원의 실질적 진전이 있겠나”라며 “마치 이솝우화에서 두루미를 초대해 놓고 화려한 만찬을 차려놓은 여우의 모습 아닌가”라고 말했다. 조정식 의원은 “체제안전 보장 방안이 빠진 상태에서 북한이 어떤 구상과 제안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 장관은 “국가 간 협상은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현실적으로 조건부 협상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박진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일제시대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문제를 둘러싼 외교부 대응을 질타했다. 외교부가 현금화 사건을 심리하는 대법원에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경협 의원은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저자세로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김상희 의원은 “우리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중심적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일본에 저자세로 하지 않는다”며 “일본이 성의있는 호응을 보이도록 견인해가는 외교를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홍근 의원은 이르면 19일 나올 가능성이 있는 대법원의 현금화 사건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는 현금화가 실현되면 보복조치에 나설 거라고 언급해왔는데 최악의 상황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나”라고 물었다. 박 장관은 “여러 가능성을 전부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이 8·15를 맞아 이뤄진 일본 정부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멈출 수 없는 관습”이라고 표현한 데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질타도 잇따랐다. 윤호중 의원은 “일본 정부의 후퇴하는 역사 인식을 관습으로 인정한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은 “대단히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