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윔블던 우승자' 왜 등교 포기했나 [김양희의 스포츠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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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
조세혁의 아버지인 조성규 전북테니스협회 전무이사는 18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국외 경기 일정을 고려하면 도저히 학교 수업일수를 맞출 수가 없었다"고 했다.
조세혁처럼 어릴 적부터 국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낼 경우 고민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조세혁은 윔블던을 비롯한 유럽 대회 출전으로 한 달 가까이 국외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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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0일, 중등 10일, 고등 20일 한정
테니스 유럽국제대회땐 출석일수 못맞춰
지난 7월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 14살 조세혁은 당당하게 14살부 남자단식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스스로 “멘탈이 강한 게 강점”이라고 말하는 조세혁은 이후 프랑스, 독일에서 열린 주니어 대회도 석권했다. 현재 아시아테니스연맹(ATF) 14살 이하 남자 선수 랭킹 1위다.
“성인 그랜드슬램 무대를 밟아보고 싶다”는 조세혁의 현 소속은 남원거점스포츠클럽. “테니스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학교(전주 전일중)에 나가지 않고 있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어서 현재는 학년 유예 처분이 내려진 상태다. 조세혁은 내년 6월15일까지 복학을 하거나 검정고시 등을 봐야만 한다.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스포츠 선수 육성 센터(IMG아카데미) 장학생으로 선발된 그가 중학교로 다시 돌아갈 확률은 거의 없다.
조세혁의 아버지인 조성규 전북테니스협회 전무이사는 18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국외 경기 일정을 고려하면 도저히 학교 수업일수를 맞출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학교장 허가 아래 학생 선수의 출석 인정 결석 허용 일수는 올해 초등학교 0일, 중학교 10일, 고등학교 20일이다.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을 그대로 따르면 2023년에는 중학교도 0일로 줄어든다.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학교를 관두느냐, 운동을 관두느냐의 선택 기로에 서 있다. 조세혁처럼 어릴 적부터 국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낼 경우 고민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조세혁은 윔블던을 비롯한 유럽 대회 출전으로 한 달 가까이 국외에 있었다.
조세혁에 앞서 어릴 적부터 ‘탁구 신동’으로 불린 신유빈(18)이 2020년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실업팀(대한항공)을 택했다. 중학교 때 경험상 고교 수업을 받으면서 정상적인 선수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유빈에 이어 김나영(17·포스코에너지) 또한 지난해 고교 진학을 하지 않았다. 탁구나 테니스 같은 개인 종목은 세계 랭킹이 중요한데 랭킹을 끌어올리려면 최대한 국제 대회에 많이 출전해야만 한다. 국내에서 유럽이나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에 참여하려면 1주일 이상 소요되는 터. 유럽, 미국 학생 선수들과 환경적, 지리적 차이가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더 많은 개인 종목 학생 선수들이 공교육 밖에서 길을 찾으려 할 것이 자명하다. ‘학교 안 수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다가 아예 학교 밖으로 학생 선수를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야구, 축구 같은 종목의 경우는 이미 학교 훈련 시간 부족으로 비싼 사교육 시장으로 대거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조세혁은 현재 테니스 개인 훈련을 하는 동시에 과외와 학원 수업을 받으면서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조성규 전무이사는 “공부하는 학생선수 취지는 공감하지만 개인 목표가 뚜렷한 선수들에게는 학업 일수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이(e)스쿨 같은 예도 있으니까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학생 선수’도 학생이 맞다. 하지만 ‘학생’과 ‘선수’의 갈림길을 만들고 선택을 강요하는 게 과연 합리적 방향일까. 스포츠 정책의 이상과 현장의 현실 사이 간극 때문에 ‘학생’이라는 신분을 스스로 포기하게끔 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볼 시점이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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