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권모술수 권민우'로는 국정성공 어렵다

김문관 기자 2022. 8. 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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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관 조선비즈 정치팀장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18일 밤 마지막 방영을 앞두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지만 천재적인 암기력과 창의적인 발상으로 사건 판도를 바꾸는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보다 속칭 ‘권모술수’ 권민우(주종혁 분)에 더 눈길이 갔다. 판타지 같은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현실적인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권 변호사는 ‘공정과 정의’를 주장하는 29살 청년이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대형 로펌 ‘한바다’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로스쿨 재학 시절 별명이 권모술수일 정도로 이해타산에 밝다. 1년 뒤 재계약을 위한 고과 점수를 잘 받으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상대방을 제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치졸한 방법까지 서슴없이 동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연히 드라마 속에서 비호감은 모두 그의 몫이었다. 마치 현실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투영하고 있는 듯하다.

취임 100일을 갓 넘긴 윤석열 대통령은 ‘0선’ 대통령이다. 기성 정치를 경멸해온 사람에 가깝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검찰 편중 인사, 서울대에 편중된 인재풀, 경제 관료 중심의 참모진 구성 등은 정치권과의 거리두기를 구체화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정치에 미숙하다는 이미지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공격하게끔 만든 약한 고리로 볼 수 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현 참모진을 ‘조기 축구회’에 비견하기도 했다. 관료 중심으로 꾸려져 정무 감각이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의 취지였다. 그는 인적 쇄신에 대해선 결국 언젠가는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정치인이 중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의존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윤핵관이 곧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근 정치인들, 이른바 ‘윤핵관’들은 국민들에게 정치 지도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장제원, 권성동 의원의 지지율은 합쳐도 5%에 못 미친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달라졌다”는 윤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를 노출시킨 권 의원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이 문자 메시지에서 드러난 윤 대통령의 의중은 다소 의외였다. 이 전 대표를 직설적으로 언급한 윤 대통령의 언급은 당과 거리를 두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표 징계를 비롯해 여당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공개적 언급을 피하며 거리를 뒀는데 내심은 그게 아니었던 듯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 징계에 ‘윤심’이 작용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이번 문자 공개로 확증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반대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하는 후진적 정치행태라고 비판한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17일 오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표와 관련한 질문에는 “정치적 논평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을 피했다. 이 지점에 국민들은 답답해한다. 정치 지도자로서 윤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은 전략적 모호함이라고 옹호하겠지만, 평범한 국민들은 이해타산을 따진다고 느낄 것이다.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 17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29.6%’, 부정 평가는 ‘63.4%’로 집계됐다. 이런 지지율 위기의 책임 소재에 대해 응답자들은 ‘윤 대통령 본인(33.8%)’, ‘윤핵관(26.6%)’, ‘이준석 전 대표(17.9%)’ 순으로 답했다. 최근 공개된 취임 100일 여론조사 결과들도 이와 대동소이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이 제대로 운영될 리 없다. ‘당정’이 국민에게 필요한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고, ‘당정대’가 협심, 정부가 정책을 자신 있게 발표하고 시행하는 모습을 새 정부 출범 후 100일간 본 기억이 드물다. 권모술수가 판치는 여권의 극심한 내홍 탓이 크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19번 외치며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왼쪽부터) 극중 권민우, 우영우, 최수연 변호사. /유튜브 캡처

드라마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권모술수 권민우는 변모하고 있다. 이기적인 모습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결국엔 우영우를 무시하는 선배 변호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재판을 이겼다. 그를 권모술수에서 벗어나게 만든 변화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 변호사(하윤경 분)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한순간만이라도 그냥 바보 같을 수는 없어요? 동료를 위해서,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서. 처세며 정치며 잠깐 내려놓고 바보처럼 용감해질 순 없냐고요”(최수연)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권민우)
“왜냐하면, 내가 그런 남자를 좋아하니까요”(최수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봄날의 햇살’ 같은 변화가 일어나기를, 그래서 5년 국정운영이 해피앤딩으로 종영되기를, 바란다.

[김문관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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