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미래의 노동, 디지털 일자리를 위해

김현민 2022. 8. 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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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에는 전통적인 노동의 파괴라는 고통이 따랐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에도 노동에 변화가 없으면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현장 근로자의 피해가 가장 크다. 반면 인간이 기계·AI와의 경쟁에서 벗어나 진정한 근로의 인간화를 달성할 수 있다면 4차 산업혁명은 획기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이다.

최근 'AI 상담원이 인간의 일자리를 잡아먹는다'고 하던 콜센터로부터 새로운 노동 가치가 창출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KT고객센터의 올 상반기 직원 퇴직률이 지난해 대비 30% 낮아졌다고 하며, 카카오도 퇴직률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감정근로자인 인간 상담원의 감정서비스를 AI로 대체한 것이 주효했다. AI가 인간성 회복을 가져다줌으로써 생산성 향상은 물론 상담원에게 삶의 질을 개선해 준 것이다.

콜센터 상담원은 감정노동 강도가 가장 센 직업 가운데 하나다. 고객으로부터 반말은 물론 인격 모독성 발언과 성희롱까지 들으면서 내부적으로는 통화 품질에 대한 피드백 모니터링으로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올해 도입된 AI 상담원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대체했다. 내외부적인 압박과 긴장감까지 덜어 줬다. 감정 스트레스로 일을 그만두는 건수가 확연히 줄어든 것이다. 동시에 하루 24시간 응대도 가능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주목할 것은 AI 도입에 따라 기존 상담원에게 여유가 생겨서 부가가치가 더 높은 업무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AI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았지만 상담근로자가 스스로 AI 지식을 활용, 자신의 업무 생산성을 높인 것이다.

SK텔레콤은 AI가 접목된 콜센터(AICC; AI Contact Center)를 운영하며 혁신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상담 시간 단축과 단순 반복 업무에서 벗어난 상담사가 구독상품 마케팅 등 고객 대상의 부가가치 높은 일을 하게 되면서 업무 효율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미래 일자리는 기적같이 오는 것이 아니다. AI가 기존의 인력을 대체하면서 작업 방법을 학습(Deep Learning)하고 이에 따라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이 가능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이를 위해서는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끊임없는 시행 오차의 반복 연산을 해야 한다.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걸린다.

누가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 교육부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5세로 낮추자고 했다가 반발이 거세자 '초등전일제'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 후대가 가져가야 할 세상은 복잡계가 형성돼 미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범국가 설계가 더욱 절실한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대통령 소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민의 뜻에 따른다는 대통령실에서 시작할 일이 아니다.

콜센터 상담원은 스스로의 업무를 개선하기 위해 퇴직하는 대신 투자결정권자들을 설득해서 AI 기술을 도입했고, 자기 업무의 부가가치도 높였다. 이들이 산업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까지 높이고 있다. 현장 근로자가 먼저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함으로써 정부, 대학, 국가 연구기관이 해야 할 일에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확장된 결과다. 그러나 아직은 근로임금에 대한 시장경쟁 구조에 변화가 일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전 정부에서 권위적으로 추진해 온 산업정책에 분노해 한풀이 정책을 펼침으로써 선진국 진출을 위해 축적해 온 많은 재원을 낭비했다. 수출이 계속 감소하는 경제 위기에 당면했다. AI 기반의 4차 산업혁명으로 극복하려면 근로 노동 시장에 자유경쟁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초기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향후 경제 규제로 보완하면 된다. 초기의 불편함 때문에 산업혁명을 늦추어서는 근로자 계층에 더 큰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배순훈 글로벌경영협회 회장·전 정보통신부 장관·'디지털 일자리' 저자

soonhoonba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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