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한은행의 부주의한 '문자 한 통'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취약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을 내놓겠다.
지난 17일, 내달 출시를 앞둔 안심전환대출 안내 사이트가 문을 열자 신한은행은 자행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를 대상으로 안심전환대출 안내 사이트로 연결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원정책 맞춰 활개치는 '금융사기' 오용 우려
경기가 좋지 않아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취약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을 내놓겠다.
요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19년 가을, 금융당국이 내놨던 말이다.
2019년 얘기를 좀 더 해보자면 당시 20조원 공급하기로 한 안심전환대출에 약 70조원 가까이 신청이 몰리는 대흥행이 이뤄졌다. 하지만 빛에는 그림자도 따라붙었다. 이를 가장한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가 활개치기 시작한 것이다.
안심전환대출의 핵심 기관인 주택금융공사는 "안심전환 대출 이용 고객들은 주택금융공사, 금융사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주의해달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대출받을 것을 권유하면 보이스피싱'이라고까지 보도자료를 따로 내 알렸다.
시계를 최근으로 되돌려보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창궐 뒤인 전 금융권은 일제히 코로나19 충격 저감을 위한 대출 등 금융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동시에 금융회사를 사칭한 메신저피싱(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을 활용한 피싱 사기)도 기승을 부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991억원으로 전년대비 165.7% 늘어났다. 금감원은 코로나19 관련 백신접종, 재난지원금 등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주제를 이용한 신종 사기수법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2년여 만에 다시 안심전환대출 출시를 앞둔 지금도 이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뉴스에서는 안심전환대출이라는 키워드가 도배되고 있다.
금리도 내려준다고 하니 기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관심이 크다. 바꿔 말하면 안심전환대출이 메신저피싱 사기꾼들의 '미끼'도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은행의 문자메시지 광고 행태는 부주의해 보인다. 지난 17일, 내달 출시를 앞둔 안심전환대출 안내 사이트가 문을 열자 신한은행은 자행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를 대상으로 안심전환대출 안내 사이트로 연결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정책 사업에 민간 기업인 은행이 나서 광고를 하는 것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영업을 하려는 게 아니라 자행 안내 사이트를 알린 것뿐이니 문제 소지도 적다. 안심전환대출을 취급한다고 해서 은행의 수익성에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인 만큼, 정책에 부응하려는 '선한 의도'였을 테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은 이런 광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왜 그랬을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다른 은행들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안내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를 빙자한 메신저피싱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금융사가 직접 문자로 '대출'에 대한 광고를 하면 오히려 이를 본뜬 피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소비자들도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상품을 안내한다는 좋은 취지가 깔려있다지만 금융사를 빙자한 사기가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대출과 관련된 광고 문자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다른 은행들의 판단이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21년 보이스피싱 피해현황 분석'을 통해 이런 소비자 주의사항들을 알렸다. '제도권 금융회사는 전화·문자를 통한 대출 안내, 개인정보 제공, 자금 요구, 뱅킹앱 설치 등을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 '출처가 불분명한 URL(인터넷 주소)은 절대 터치하지 말라' 등이다.
성과에 대한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르기 마련이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신한은행의 광고 문자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