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유치한 국제행사..'대전 UCLG총회' 이미지 실추에 비판론

최일 기자 2022. 8. 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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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유행 속 저조한 관심 민선 8기 들어 '계륵' 신세
국내외 90곳 283명 참가신청 그쳐..1인당 수십만원 참가비도 부담
'2022 대전 UCLG 총회' 홍보물. (대전시 제공)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민선 7기 대전시가 유치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던 ‘UCLG(United Cities and Local Governments, 세계지방정부연합) 총회’가 시정 책임자가 교체된 8기 들어 '계륵' 신세가 된 모양새다.

오는 10월10일 개막까지 불과 50여일밖에 남지 않은 이 행사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시장은 최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제행사이긴 하지만 민선 7기에 너무나 과대 포장 됐고 허태정 전 시장(더불어민주당)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며 “지자체 관계자들끼리 회의하는 행사이지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축제도 아니고, 내가 일찍 실상을 파악했다면 아마 반납을 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시장은 “민선 7기에 시가 유치한 국제행사가 얼마나 부실하고 허술한지, 지역언론과 시민들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초 2019년 11월 남아공 더반에서 차기 UCLG 총회(3년마다 개최) 유치가 확정되자 대전시는 참가 규모가 세계 140여개국 1000개 도시 5000명에 달하고, 1993년 대전엑스포 이후 최대 국제행사라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이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 세계적 악재가 터져 3년째 여파가 이어지며 올 가을엔 재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인접한 중국마저 UCLG 총회 참석에 난색을 표하며 참가 도시를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UCLG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재 56개국 98개 도시 283명이 참가 신청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국내 도시 10곳, 국내 참가자 69명이 포함된 것이어서 목표에 비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권력이 이양된 것도 UCLG 총회 붐 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참좋은지방정부협의회’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를 기반으로 지방자치 활성화에 역점을 둔 문재인 정부에선 통일부와의 긴밀한 협력 하에 대전시가 UCLG 세계사무국(스페인 바로셀로나 소재)과 함께 북한 조선도시연맹을 초청하는 안도 추진했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무산됐다.

‘위기를 이겨내고 미래로 나아가는 시민의 도시’를 주제로 닷새간(10월10~14일) 대전컨벤션센터 일원에서 열리는 UCLG 총회가 유료 행사로 1인당 수십만원의 참가비를 받는 점도 참여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달 31일까지 참가 신청 시 해외 참가자의 경우 300~530달러(약 40만~70만원), 국내 참가자는 33만원을 내야 하고, 9월1일부터는 해외 참가자가 370~660달러(약 49만~87만원), 국내 참가자는 4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국내 일일 참가자들에 대해선 이달 말까지 4만원(학생 2만원), 다음달부터 5만원(〃 3만원)을 받는다.

‘2022 대전 UCLG 총회’ 누리집(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이장우 대전시장 인사말.

고육지책으로 조직위는 다음달 8일까지 UCLG 총회 사전등록자에게 추첨을 통해 경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행사 이틀째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최정상급 아이돌 가수들이 출연하는 ‘K-POP 콘서트’(하나은행과 업무협약, 10억원 후원)를 여는 등 붐 조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재로선 성공 개최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이 시장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례적인 멘트를 하긴 했지만 “100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는 UCLG 총회를 개최해 얻는 실익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내보인 것은 ‘호스트 스스로 행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야당에선 ‘유체이탈 행정’‘남탓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소속 전직 대전시의원 A씨는 “UCLG는 UN(국제연합)에서 유일하게 인정한 지방자치단체기구로 중앙정부 힘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를 전 세계 지자체들이 모여 해결해 나가기 위한 비정부 연합체”라며 “이 시장은 전임 시장의 공적은 지우고 과실을 키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만약 UCLG 총회 참가 신청이 쇄도했다면 이번 행사의 성공 개최를 자신의 공적으로 포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 당직자를 지낸 정치인 B씨는 “UCLG 총회는 유치할 때부터 철저하게 관 주도의 단체장 치적 중심 행사로 계획됐다는 한계가 있다”며 “그러나 국제행사의 개최 결과는 시정의 신뢰성과 역량의 문제로 평가되고 현 시장의 성과로 연계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성의있게 준비해야 한다. 대전 발전과 시민의 긍지·자부심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cho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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