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을 향해 또 터진 인종차별 논란, 늘어만 가는 상처

윤은용 기자 2022. 8. 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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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 의미가 담긴 찢어진 눈 동작을 취하고 있는 첼시 팬. 토트넘 팬 트위터 계정(@SpursMarchingIn) 캡처



손흥민(30·토트넘)은 지난달 국내에서 자신의 팬미팅 행사 도중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던 시절 인종차별을 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당시 손흥민은 “어릴 때 독일에 갔다. 상상하지도 못할 힘든 생활을 진짜 많이 했다. 인종차별도 많이 당했다”며 힘들었던 그 때를 회상했다. 손흥민이 공식 석상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얘기를 꺼낸 것은 처음이었다.

어릴 때부터 견디기 힘든 차별을 겪으면서도 손흥민은 꿋꿋이 버텨 세계 최고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의 득점왕이라는 역사까지 썼다. 그럼에도 손흥민을, 아니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다.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래틱은 17일(현지시간) 손흥민이 첼시 팬들의 인종차별 행위와 맞닥뜨렸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 14일 열린 토트넘과 첼시의 2022~2023 EPL 3라운드 경기 후반, 손흥민이 코너킥을 차러 이동하는 도중 한 첼시 팬이 손흥민을 향해 눈을 옆으로 찢는 동작을 취했다. 당시 장면을 캡처한 사진이 토트넘 팬 커뮤니티는 물론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이 일에 대해 첼시는 즉각 사태 파악 및 진상 조사에 나섰다. 이날 손흥민은 선발 출전해 79분을 뛰었다.

손흥민이 EPL 입성 후 인종차별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손흥민은 2018년 10월 웨스트햄과의 리그컵 경기가 끝난 뒤 한 웨스트햄 팬이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 이 팬은 기소돼 184파운드(약 29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전에서 전반 33분 맨유 에딘손 카바니의 골이 터졌는데, 앞서 카바니에게 패스한 스콧 맥토미니가 오른손으로 손흥민의 얼굴을 가격하는 반칙을 저질러 득점이 취소됐다. 이를 두고 맨유 팬들이 SNS에서 ‘개고기나 먹어라’, ‘한국 드라마 배우다’, ‘DVD나 팔아라’ 등 심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가며 손흥민을 비난했다. 결국 경찰 수사 끝에 인종차별을 한 12명의 신원이 파악됐는데, 1년간 조사를 하고서도 고작 사과 편지를 쓰는 조치로 끝났다.

아시아 선수들을 향한 유럽인들의 비하는 손흥민만 당한 것은 아니었다. 박지성이 퀸즈파크 레인저스에서 뛰던 2012년 에버턴과 경기에서 한 에버턴 팬으로부터 중국인 노동자를 비하하는 말인 ‘칭크(Chink)’라는 놀림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영국 법원은 인종차별금지법에 따라 이 팬을 재판에 넘겼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가장 최근에는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지난 1일 SC파렌세(포르투갈)와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차러가는 도중 한 팬으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동작을 당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말 경기장에서 인종차별하는 팬들에 대해서는 10년 동안 경기장 출입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마련했다. 그래도 저지르는 죄에 비해 받는 처벌은 비교적 가볍다보니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계속되는 인종차별의 굴레 속에서 선수들의 마음에 상처만 늘어나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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